[커뮤니케이터] 김구라, 죽어서 살다.

051김구라

“남들이 다 알고 있는 나의 과거를 나 혼자만 아닌 척, 모르는 척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비웃음만 살 뿐이다. 과거를 가리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만큼이나 헛된 짓이다. 어떻게든 가려보려 아등바등 헛수고를 하느니 차라리 솔직하게 내 과거는 이렇다고 인정하고 보여주는 것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김구라 (<독설 대신 진심으로>, 2012)

2012년 막말파문을 뒤로 하고, 김구라는 종적을 감췄었다. 아주 잠시.
… 그 시기에 그는 책을 썼고, 놀랍게도 이렇게 말했다. “여하튼 난 지금 이상하게 희망적이다.”

커뮤니케이터로서의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1. 잠정은퇴 6개월 만에 김구라가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2012년 9월 tvN ‘택시’를 시작으로 10월엔 ‘화성인 바이러스’에 돌아오더니 종편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기 시작했다. JTBC ‘남자의 그 물건’에 발탁됐고, 뒤 이어 맡은 ‘썰전’의 흥행을 이끌며 주목을 받았다. 지상파 복귀도 순조로웠다. 올해 4월엔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 5월에는 SBS ‘화신’ MC를 맡았다.
그는 편안해졌고 자유로워졌다.

2. PD를 향한 커뮤니케이션
2-1. ‘김구라’는 이럴 때 사용하세요.
‘시사코미디’ 분야 방송을 만들 때는 김구라를 쓰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JTBC의 정치·연예 비평방송 ‘썰전’ MC로 자리를 확고히 하면서 그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시사코미디 프로 하면 김구라가 잘 해,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는 말도 던졌다.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588222.html)

시사 및 정치토크 분야를 특화할 수 있었던 것은 10여 년 간의 결과물이다. 그는 2001년 딴지일보의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을 진행했고 이 때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김구라가 한 우물만 판 것은 아니다. 그는 그간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책을 무려 4권이나 써왔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인 비판 및 시사저널 성격의 <구라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말 잘하는 법을 설파한 <웃겨야 성공한다>, 경제를 쉽게 설명했다는 <김구라 김동현 부자의 부자경제교실>, 그리고 김구라 브랜드 확립을 위한 저서 <독설 대신 진심으로>까지.

2-2. 유일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드립니다.
“제가 강박관념이 좀 있어요. 다른 곳에서 한번 나온 이야기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구라는 인터뷰로 PD에 메시지를 던진다. 할 얘기가 빤한 게스트로도 색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는 PD의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2-3. 게스트도, 패널도 함께 살립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출연진의 캐릭터가 적절하게 조화되는 것이 좋다.
적합한 사례는 ‘썰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썰전의 정치토크 꼭지에는 김구라, 강용석, 이철희가 출연한다. 세 명 모두 떴다. 프로그램 초반에 이철희는 강용석에 비해 평이해 보였지만 몇 주만에 비등해진 양상이다.
김구라는 약하다 싶은 패널을 좀더 신경쓴다. “아, 이철희 소장 말도 들어야 하는데…” 그는 ‘썰전’의 두 번째 꼭지 ‘예능심판자’에서도 종종 이철희를 언급한다. 시청자들은 강용석의 대항마로 이철희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예능심판자에는 강용석은 출연하지만 이철희는 출연하지 않는다.)

2-4. 똑똑합니다. 상상하는 것보다 더…
얼마 전 ‘미국의 부자(父子) 대통령’이 검색어 순위에 올랐던 적이 있다. 썰전에서 강용석이 미국의 부자대통령이 누구인지 물었고 김구라가 (의외로!) 맞췄던 탓에 화제가 됐다. (부시 부자, 애덤스 부자다)
김구라는 덧붙였다. “부시는 알아도 애덤스를 누가 아냐고…(나는 안다고)”

3. 시청자를 향한 커뮤니케이션
3-1. 저는 ‘깍두기’로 쳐주시죠, 저는 김‘구라’니까요…
김구라(본명 김현동)가 선택한 예명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청자들이여 내가 하는 말은 좀 봐주라. 도덕적으로 평가하지 말아 달라.’
그는 무명시절 막말로 유명했다. 그 과거행적이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시청자의 기대치를 낮췄던 그 시절은 롱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3-2. 저는 잘난 척 하지 않아요. 다 남 덕분이죠. (저를 타겟으로 삼지 말아주세요)
“제가 운이 좋았던 게 나름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그램을 계속 했었어요. ‘라디오스타’는 네 명의 MC들이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여서 그 덕에 제가 돋보였던 것도 있고, 나중에는 신정환 씨의 역할까지 넘어오기도 했었어요. 전에 탁재훈 형이 했던 얘기가, 저보고 행운아라고 하는 거예요. 재주 하나 없는 놈이 말로 성공했다고요.”(네이버, 정석희 인터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419&aid=0000000015)
김구라는 자랑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공으로 모든 것을 돌린다. 타겟이 되기를 피한다.

3-3. 세상엔 다양한 팬층이 존재한다. 그 중 제일은 ‘아묻따 팬들’
거침없이 막말을 내뱉던 시절 김구라는 <김구라의 도시탈출 팬클럽>이라는 막강한 아군을 얻었다. 이들은 사이버 상에서 김구라의 편에 서서 아묻따(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할 것이다.
실제로 이 팬클럽은 김구라를 복귀에 호재가 됐다. 2012년 막말파문 이후 김구라의 복귀작은 tvN의 ‘택시’였는데, 이 프로그램의 김종훈 PD가 김구라 팬클럽 회원이었다.

3-4. 묻지 않으셔도, 미리 죄송합니다.
“저는 정말 재미있게 하려는 마음뿐이지 모욕을 주려는 생각은 없어요. 예전 일은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앞으로도 또 다시 문제가 되겠죠.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제가 벌여 놓은 일이니까. 많이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네이버, 정석희 인터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419&aid=0000000015)
과거 막말과 관련된 주제가 나올 기미가 보이면 김구라는 항상 사과한다. 미리 사과하니 더 책망하기 무안해진다.

“여하튼 난 지금 이상하게 희망적이다.”
2012년 막말파문에 사죄하며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이렇게 말했다.
방송중단 사태에 희망적이라고?

사실 놀랍지는 않다.
그의 입장에선 언젠간 터졌어도 터질 일이 마침내 터졌던 거였고, 오히려 그 일이 터지고 나니 조마조마한 마음을 털어버리고 방송을 쿨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by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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