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19] 포인터(Poynter)의 진취적 글쓰기를 위한 비밀 팁

*주: T.S 엘리엇은 말했다. “글쓰기는 모호함에 대한 공격이다.” 그렇다. 글은 머리 속을 떠다니는 모호한 생각들을 종이 위에 적는 것이다. 그러나 막 적지는 않는다. 글쓰기는 부유하는 생각들을 정돈된 논리와 명료한 단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몸을 비튼다. 모호함을 공격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더 큰 모호함을 가져와 괴로운 것이다. 이러한 글쓰기의 고충을 덜어줄 비결은 없을까. 미국의 비영리 언론교육기관인 포인터(Poynter) 연구소는 지난 달 ‘진취적 글쓰기의 비밀 세미나(The Secrets of Great Enterprise Writing Seminar)’를 통해 유용한 팁들을 공유했다. 다음은 그 중 몇 가지 중요한 내용들을 발췌한 것이다.

새모새모

1. 글은 드라마틱하게 쓰자-Jacqui Banaszynski
글 역시 영화처럼 써야 한다. 말인즉슨 영화를 보면 강렬한 캐릭터, 씬, 그리고 디테일들로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글도 마찬가지다. 독자들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글을 써야 한다. 중요하게 살려야 하는 부분은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해야 하고 문맥상 필요한 정보는 강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은 이야기의 김이 빠지지 않게 압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두 가지만 강조하고 싶다. 이야기를 공격적으로 이끌 것, 그리고 핵심은 반복할 것.
이야기를 공격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세련되거나 강렬한 리드로 사로잡고, 몇 가지 핵심 장면을 차례로 보여줘야 한다. 소제목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작고 탄탄한 스토리들로 탑을 쌓는 듯이 당신의 글 전체를 구성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반복을 통해 핵심을 강조해라. 단순 반복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글의 유기적 연결과 일관성을 형성하는 장치로써 반복적으로 글의 키워드를 상기시켜야 한다.

2. 중간을 기억해라-Roy Peter Clark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글의 초반부는 다 잘 쓴다. 마찬가지로 마무리 부분도 대충 쓰지는 않는다. 그러나 글의 중간을 잘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글을 전체적으로 힘 있게 끌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글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글의 중간에 넣을 한 방이 필요하다. 그 한 방은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 효과적인 디테일이라던지, 기억에 남을 만한 인용구, 앞의 이야기를 살려주는 일과 등 말이다. Don Fray에 따르면 그러한 구성요소들은 독자들이 계속 글을 읽게 할 수 있는 당근이다. 이러한 당근이 없으면 자들은 글을 읽다가 중간에 그만둬 버린다. 당신이 아무리 그들의 심금을 울리는 마무리를 썼어도 말이다.

3.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간과하지 말라-Tom French
확실히 보도에 있어서 인터뷰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정돈된 인터뷰를 위해 인터뷰 중간에 끼어들고 싶은 욕구’를 꺾고 인터뷰가 마음대로 흘러가도록 한번 손 놔 보아라. 놀라운 일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할 때 속삭이기도 하고, 시끄럽게 소리치기도 한다. 혼잣말하기도 하고 신과 겨루기도 한다. 이러한 디테일들을 보면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이 주제가 그들의 삶에 얼마나 녹아들어가 있는지 피부로 느낀다.
이것은 세계 최고의 인터뷰 진행자의 통제 하에서 사람들이 질문에 대해 정제된 답변을 하는 경우에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가 입을 다물고 눈과 귀를 열어서 그런 생생함을 느껴야 한다. 방안을 메우는 비밀스러운 언어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봐야 한다. 우리의 노트북에는 놀랍고, 완전히 제멋대로인 그들의 실체에 대해서 낱낱이 적혀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야 이 주제가 왜 그들에게 의미가 있고 중요한지 물어봐야 순서가 맞다. 먼저 알아서 걸러내지 말라.

4. 일단 정지-Butch Ward
글 쓸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넘쳐난다. 안다. 그렇지만 5분만 멈추고 숨 고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 좀 해보자.
‘이 이야기를 어떻게 프레이밍할 거지? 교직원 봉급에 대한 지방의회 투표에 대해서 다루면 난상토론을 있는 그대로 그냥 다 보여줄까? 아니면 그냥 교직원과 의회 사이에서 오간 중요한 논의들만 다룰까? 중요한 논의들만 담긴 장면을 소개했을 때, 사람들이 이 논의의 열기를 느낄 수 있을까?’ 뉴욕 타임즈 보도기자인 David Barstow는 말한다. “프레임이 촘촘할수록 더 깊이 팔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프레임을 빨리 규정할수록 취재하고 글 쓰는 것에 도움이 된다.
또 다른 질문도 해보자. ‘나는 정말로 무엇에 대해서 말하려고 글을 쓰는가?’ 두 기자가 같은 주제에 대해서 취재를 하더라도 전혀 다른 기사가 나올 수도 있다. 주택 공급에 대한 투표에 대해서도 한 사람은 무분별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개발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니 잠시 당신이 글 쓰는 것을 멈추고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짧은 순간만 글쓰기를 멈추는 것이지만 그 효과는 괜찮다. 시도해보기 바란다.

임서연

[메르스 대응 1] “B병원의 이름을 즉각 공개하라.”

– 투명성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중(Public) 우선 원칙을 적용하라(*서울시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민간에서 알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부가 직접 병원명을 이야기할 수 없다”
–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 조선비즈 임솔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공개가 환자와 시민의 혼란을 막고 괴담을 막는다. 정보는 숨길 때 커지고 거짓을 만든다.

2014년 미국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상륙했을 때다. 로버트 깁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중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상세하게 하라”고 밝혔다. 명백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홈페이지에 ‘텍사스 보건장로병원(Texas Health Presbyterian Hospital)’의 이름을 공개했고 언론은 정확하게 보도했다.

병원 이름을 밝히는 것은
1. 위험의 소재를 정확하게 제공해 대중의 적절한 행동을 유도한다. 위험 공유는 모든 위기대응의 전제조건이다.
2. 위험군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불필요한 공포를 없앤다. 대형 재난․재해시 발생하는 거짓 상상력을 불허하는 것이다.
3. 위험군에 속한 잠재 환자들이 신속하게 검진에 응하도록 해 환자를 확인, 격리하고 2차․ 3차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심리적 재난의 포로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사실적 대응을 해야 한다.
누구나 알아야 하는 중요하고 명백한 사실을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

– 퍼블릭스트래지티지그룹(에이케이스, 더랩에이치, 피크15커뮤니케이션)
* 사스 대응과 세월호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 정부와 사회는 혼란스럽다. 신뢰를 만들지 못하는 정부의 대응은 상황 이상의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개인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다.

[컨퍼런스 ‘여론’] MWC에서 만난 새로운 디지털 전략 [2] 모바일은 나

*주: ‘MWC에서 만난 새로운 디지털 전략 [1] 연결하고 연결하고 연결하라’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4. ‘모바일은 나(Mobile is Me)’
“모바일은 데이터다. 모바일은 돈이다. 모바일은 건강이다. 모바일은 교육이다. 모바일은 친구다. 모바일은 모든 것이다. 모바일은 모든 사람이다. 모바일은 나다”

MWC 컨퍼런스에서 상영된 영상 속에 등장하는 메시지들이다. 언제나 내 몸에서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작은 스마트폰 하나로 내가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은 ‘나’를 정의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지금 이 순간에도 정밀하게 쌓고 있다.

마리 클라크(Mary Clark) 시니버스(Syniverse) 최고마케팅책임자는 모바일 네트워크 에 연결된 고객과의 상호작용 강화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에서 “통신망에 연결된 모바일은 곧 개인”이라며 운을 뗀 뒤, 1) 그 개인이 누구인가(who), 2) 원하는 건 무엇인가(what), 3) 언제 원하는가(when)를 모바일 서비스의 중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맥케이브(Lee McCabe) 페이스북 여행·전문서비스전략 글로벌 책임자도 같은 맥락으로 모바일과 개인의 관계를 설명했다. “모바일은 단지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모바일은 고객의 행동 그 자체다.” 모바일을 차가운 전자 신호의 집합이 아닌 따뜻한 인격체로 보고 비즈니스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미다.

5. ‘평균인’은 없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넓고 모호했던 익명의 평균 인물을 확대해 구체적인 특성이 있는 개인과 개인으로 구별해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지극히 사적인 데이터를 중계하는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면 내가 원하는 ‘그 개인’을 찾을 수 있다.

라우라 멜링(Laura Merling) AT&T 디지털·제품 담당 부사장은 ‘AT&T의 디지털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우리 고객이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졌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결국, 디지털 전략의 완성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적시에 줄 수 있느냐’의 문제고, 이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은 무엇인가를 원하는 고객이 과연 어떤 프로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명확히 아느냐는 문제라는 것이다.

6. 고객 경험의 개인화
닉 더치(Nick Dutch) 도미노피자그룹 영국 디지털 마케팅 책임자는 데이터와 모바일을 연동해 고객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 성공적인 서비스 사례를 발표했다. 피자 회사는 고객과 ‘인격적 상호작용’을 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모바일의 가장 기본기능인 ‘문자 메시징’을 활용했다. 문자 메시지는 개인과 개인이 서로의 용건을 주고 받는 용도로 쓰이므로 가장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란 점에 주목한 것이다.

도미노피자의 주문 담당자는 고객이 피자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주문이 접수 되었고, 피자를 굽고 있고, 막 매장을 떠나서 배달 중이라는 등 현재 상태를 친근한 문체를 써서 문자 메시지로 알려줬다. 고객은 마치 스마트폰 너머 누군가와 개인적으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네트워크상에 뿌려진 개인의 위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 전략을 도출하고 집행한 밥 로드 AOL 글로벌 CEO의 발표는 그런 맥락에서 인상적이다. AOL은 광고 집행 시 네트워크에 접속자의 위치 데이터를 분석해 문맥을 살린 정보를 가미했다. 그 결과 ROI(투자수익률)가 25% 증가했다. 밥 로드는 “젊은 세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개인 데이터를 내놓는다”고 강조한 뒤 “이렇게 개인 데이터를 내놓았을 때 고객에게 유익한 경험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리 김재은)

[미디어리뷰] 프로듀사, 프로듀서가 좀 더 잘해주길

프로듀사 1,2화가 나가고 KBS가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평들이 올라왔다. 최고 주가를 달리는 스타들과 스타 제작진이 만드는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꽤 높았나 보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물론 나는 드라마보다 까메오로 나온다는 유희열을 보기 위해 티비를 튼 것이지만 1,2화에 그는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결론만 말하면 1,2화만 가지고 말할 수는 없지만 프로듀사는 프로듀서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게 나의 평이다. 그리고 유희열이 등장할 때까지는 계속 지켜볼 심산이다.

1. 리얼리티를 위한 페이크 다큐
올라온 평 중 드라마의 기본 형식인 페이크 다큐 형식에 대한 호불호가 가장 컸다. 이는 페이크 다큐라는 형식에 대한 생소함 때문이 아니다. 최근 꽤 많은 한국 드라마가 극 중간에 등장인물의 인터뷰를 삽입하며 페이크다 다큐 형식을 사용했다. 문제는 드라마의 다큐화가 가진 리얼리티를 가중시키려는 의도가 오히려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는지, 이거다. 페이크 다큐 형식을 성공적으로 사용한 드라마는 미드 ‘오피스’다. 프로듀사와의 차이라면 오피스는 드라마의 기본 요소들 극본, 카메라워크, 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두 다큐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 프로듀사는 드라마조차 페이크 다큐 형식에 몰입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적어도 극 중 인물들이 자신을 카메라가 찍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인터뷰를 할 때 덜 어색할텐데, 전형적인 한국드라마의 카메라 워크와 배우의 연기가 계속되다 갑자기 극중 인물에게 인터뷰를 시키니까 리얼하기 보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의아하다. KBS는 다큐 3일도 찍으면서, 다큐가 뭔지 모르는 걸까.

2. 까메오들
이미 프로듀사에는 윤여정, 금보라, 현영, 황신혜, 태티서 등 많은 까메오들이 출연했고, 훨씬 많은 수의 실제 연예인들이 출연 예정되어 있다. 이것이 드라마에 독인지 득인지는 회가 거듭나야 실감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화제를 모으는 데에 성공했다. 나부터도 까메오를 보기 위해 티비를 켰으니까. 피디와 출연자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첫 에피소드도 까메오인 윤여정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까메오들은 실제 모습 그대로 나왔는데, 차라리 리얼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같다. KBS라서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3. 야근은 일상, 밤샘은 옵션, 눈치와 체력으로 무장한 KBS 예능국 고스펙 허당들의 순도 100% 리얼 예능드라마 ‘프로듀사’
리뷰를 쓰기 전에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았는데, 거의 모든 기사에 위의 설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감나는 예능국 이야기를 풀기 위해 연출을 맡은 서수민 CP는 “박지은 작가가 예능국 이야기를 하자고 했을 때, 뻔하지 않을까 했다.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고학력, 고스펙 허당 이야기”라고 드라마를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고스펙 허당들의 이야기가 딱히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문제가 고스펙 허당이든 저스펙 허당이든 어쨌든 피디라서 겪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디가 주인공인 다른 드라마와 별 차이랄 게 없다. 출연자와의 긴장관계나 사내정치 등 방송국 이야기를 다룬 다른 드라마의 장면들이  어쩔 수 없이 겹쳐지는 것도 새로운 접근이라는 말을 반증한다. 뭔가 다른 리얼 예능드라마를 보여주고 싶다면 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예능의 트렌드가 리얼이다 보니, 예능피디가 연출하는 드라마도 리얼로 가는 듯하다. 리얼 이전에 드라마로서 새로운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박지윤

[미디어리뷰] 마리텔, 심야 콘텐츠 전쟁의 최종 승리자는 누구인가?

MBC에서 오랜만에 볼만한 심야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다.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다. 우연히 파일럿 방송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토요일 밤 별 일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딱 적당한 프로그램이다. 볼 거리로 경쟁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좀더 심한 잉여들을 위해서는 휴일 오후 생방송으로도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리텔은 한동안 인기를 끌던 인터넷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포멧을 가져왔다. 포멧은 새롭지 않은데 티비에서 연예인들이 비제이 역할을 하니까 새로웠다. 마리텔의 채팅방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흥미로운 컨텐츠와 흥미로운 컨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연자들의 모습. 실제로 시청률이 안 나온 출연자들은 다음 회에서 볼 수 없었다. 볼만한 컨텐츠를 만들고, 그 컨텐츠를 제대로 보여주는 자들만이 살아남는다.

1. 그 놈의 소통
첫 회 초기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출연자는 초아다. 왜냐하면 그녀는 AOA 초아이기 때문이다. 초아를 보려고 접속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정도로 초아의 인기는 대단했다. 초아도 열심히 했다. 애교도 보여주고 춤도 춰줬다. 나도 넋 놓고 사뿐사뿐을 봤다. 문제는 초아가 혼자 열심히 했다는 거다. 인터넷 생방송의 가장 큰 특징은 시청자와 출연자 간의 실시간 소통이다. 티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아무튼 초아는 사뿐사뿐을 보여주기 위해 의상을 갈아입느라 방을 비웠고, 빈 방만 나오는 화면을 보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또 초아에게 나름대로의 요구사항을 전하던 사람들도 지쳐 채팅창에는 ‘소통 좀 해달라’는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초아가 보여준 컨텐츠, 화장하기, 요구르트 만들기는 초아 방송의 주 시청자들인 남성팬들은 전혀 관심없는 주제였다. ‘어머니 화장해 드려야 하냐’는 말도 나왔다. 컨텐츠도 대화가 필요하다.

2. 라디오와 텔레비전
첫 회 출연자 중에 정준일이 있었다. 정준일이 누구냐 하면 밴드 메이트의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이다.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라면 꽤 귀에 익은 이름일 것이다. 제작진들도 라디오에서의 명성을 듣고 섭외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미스캐스팅이었다. 왜냐하면 정준일이 팬들을 제외한 방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에게 위와 같이 자기 소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낯선 사람이 뭔가 재밌는 것을 보여준다면야, 안 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준일은 음악으로 승부했다. 키보드를 감미롭게 연주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나중에는 소수정예의 팬들만이 오붓한 분위기를 즐겼다. 티비와 라디오는 다르다.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는 보여줘야 한다.

3. 노잼! 노잼!
나는 개그맨으로서의 김영철을 좋아한다. 김영철의 억척스러운 입담과 성대모사는 어느 프로그램에 나와도 제 몫을 한다. 그런데 마리텔에서는 아니었나 보다. 첫 회에서 김영철의 ‘뻔뻔한 영어’는 시청자들에게 유용한 영어 표현을 쉽게 가르쳐주려는 의도로 시작했지만, 급락하는 시청률 때문에 막바지엔 성대모사 남발과 그나마 방에 남은 시청자들의 노잼 폭격으로 끝나버렸다. 그날 시청률도 꼴찌를 기록했다. 김영철이 꼴찌라니. 하지만 방송을 본 사람으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예능프로에서 exactly를 어떻게 쓰는지 배워야 하나, 난 그저 티비나 보면서 웃고 싶을 뿐인데. 그러니까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유익함 이전에 재미있는 컨텐츠다.

4. 컨텐츠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현재 마리텔에서 부동의 1위는 백주부, 백종원이다. 백종원은 실제 집에서 할 수 있는 고급진 레시피들을 알려준다. 자신이 직접 해본,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주로 아내와) 레시피들이다. 실제로 집에서 해본 적은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아무리 쿡방이 대세라도 백종원이 레시피만 충실히 전달했다면 1위는 무리였을 거다. 의외로 백종원은 입담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입담은 혼자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입담이었다. 예를 들면, 백종원의 레시피에는 설탕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데 사람들이 설탕이 너무 많다고 비난하자, 설탕과 당뇨는 상관이 없다고 변명한다. 이제 그는 슈가보이로 불린다. 믹서기가 잘 안갈려서 불평을 하다 사람들이 믹서기 회사 사장님을 걱정하니까, 사장님한테 사과 영상 편지도 쓴다. 백종원이 앞으로도 1위를 지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PD와 진행자의 역할을 아직까지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좋은 컨텐츠를 만들고, 잘 전달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심야의 컨텐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어쩌면 자명한 비법이다.

박지윤

[캠페인 100장면]나폴레옹의 국민투표 캠페인

Napoléon Bonaparte, 1769~ 1821, 프랑스 황제(1804~18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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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가 로마 역사상 최고의 캠페인 천재라면 나폴레옹은 프랑스 역사상 최고의 캠페인 천재라 할 만하다. 카이사르가 전쟁을 통해 얻은 명성으로 시민의 지지를 얻고, 쿠테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것처럼, 나폴레옹도 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얻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카이사르는 끝내 황제가 되지 못했지만, 나폴레옹은 스스로 황제의 지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2
나폴레옹이 유럽 정복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무렵의 프랑스는 계속 되는 혼란 속에 놓여있었다. 시민혁명으로 기존의 귀족들이 밀려나면서 권력을 향한 다수의 투쟁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이 때 나타난 것이 50만 이상이 체포되고 수만 명이 처형 당한 공포정치였다. 이 기간 동안에는 굶주림 과 두려움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고 혁명 이전과 비교해 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에서 크나큰 패배를 당하였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는 곧 대중의 인기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허약한 혁명 정부를 무너뜨린다. 이 후 거침없는 개혁정책과 하늘을 찌르는 인기에 힘입어 종신통령에 출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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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의 천재성이 잘 드러난 것은 국민투표의 창조적 활용이다. 이전까지 국민투표는 추상적 개념이었다. 국민투표는 로마시대에 ‘국민과 상의’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프랑스 혁명 때 자코뱅당이 헌법 통과를 위해 사용했었다. 나폴레옹은 여기에 살아있는 피와 살을 붙이고 영혼을 불어넣었다. 전국민의 의사를 물어 최고 통치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민들은 환호했다. 이보다 드라마틱하고 가슴 벅찬 권력으로의 이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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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년 국민투표 당시 국민들이 표시해야 할 의사는 간단했다. “나폴레옹이 종신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네” 혹은 “아니오”로만 표시하면 됐다. 다른 후보나 선거 공약은 없었다. 공개 투표였고 누가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결과는 찬성 360만표, 반대 8272표였다.

황제가 된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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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강력한 내정 개혁 실시로 그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자 측근 인사들은 그에게 황제가 될 것을 권유하였고, 이에 나폴레옹은 이 또한 국민 투표로 결정하도록 하였다. 1804년 7월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기 위한 국민투표가 열렸고, 찬성표 3,572,329와 반대표 2,569로 압도적인 국민들이 제정을 수락하였다. 수많이 민중들이 피를 흘리며 저항하여 왕정을 없앤지 10년 만에 그들의 손으로 왕정을 부활시키도록 만든 것이다.

대관식에서 아내 조세핀으로 황후의 관을 씌여주는 모습. 후에 나폴레옹은 ‘격’에 맞는 황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조세핀과 이혼하고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마리 루이즈와 재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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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프랑스는 현재의 제도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때 국민투표 제도를 적극 활용하였는데, 조카이자 2대 황제가 된 루이 나폴레옹도 국민투표로 황제가 되었고, 드골도 의회 개혁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부결되자 대통령에서 하야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종시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 투표를 제안한 것도 이러한 전통에서 비롯된다.

김성은

[컨퍼런스 ‘여론’] MWC에서 만난 새로운 디지털 전략 [1] 연결하고 연결하고 연결하라

*주: 지난 4월 15일 퍼블릭 스트래티지가 마련한 첫 번째 ‘여론’ 컨퍼런스에서 연합뉴스 미디어랩 한운희 연구원은 ‘MWC에서 만난 새로운 디지털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컨퍼런스에 다녀온 한운희 연구원은 ‘여론’ 강의를 통해 초연결 시대를 맞은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주요 강의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상세한 보고서 전문은 언론재단 홈페이지(www.kpf.or.kr) 내 자료실->간행물 코너에 PDF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1. ‘혁신의 최전선’ MWC 2015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주관으로 매 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 산업 전시회다. MWC는 상품을 전시하는 전시회와 이동통신업계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컨퍼런스, 총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나는 MWC에서 3박4일 동안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한 해 동안 모바일 이동통신 분야과 관련해 어떤 아이디어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컨퍼런스를 참관했다.

바르셀로나는 MWC 유치를 위해 8개의 홀로 구성된 24만 제곱미터의 행사장을 지었다. 코엑스의 8배 정도 규모의 행사장에서 진행된 전시와 컨퍼런스에 올 해에는 9만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컨퍼런스의 경우 140개의 세션에서 310명의 스피커가 강연을 진행했다. 전체 참석자의 52%가 CEO, CTO 등 C-레벨의 책임자급이기 때문에 컨퍼런스 기간 동안 기업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많이 이루어지는 의미있는 행사다. 미디어의 취재 인원만도 3800명에 달했다. 전시회만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이 90만원이고 컨퍼런스를 참관하려면 250만원~580만원짜리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티켓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실제로 행사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도 높다.

2. 연결, 연결, 연결…
이전까지 모바일이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고 사물과 사물을 부분적으로 연결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 사람이 사물에 연결되어있는지, 사물이 사람에 연결되어있는지 모를 정도로 모든 것이 촘촘하게 연결되고 있다. 또한 연결을 통해 끊임없이 흐르는 데이터를 어떻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LG의 스마트 워치 ‘어베인’부터 BMW의 무인 콘셉트카까지 모바일로 연결된 다양한 디바이스들이 등장했다. ‘커넥티드’는 이제 기술 양식이 아닌 생활 양식이 되고 있다. 조안 응(Joan Ng) 스와로브스키 아시아태평앙 제품 마케팅 부사장은 컨퍼런스에서 첨단 기술의 양식이 생활의 양식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1) 아름다워야 한다 2)융통성이 높아야 한다 3) 사용자를 불안하게 하는 제약이 없어야 한다. 실제로 스와로브스키가 선보인 스마트 주얼리 ‘샤인’은 태양 전지를 활용해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웨어러블 기기의 문제를 해결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텔레포니카의 고객담당 CEO인 스티븐 슈로크(Stephen Shurrock)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대중 마켓에서 잘 팔리려면 1)아름다워야 한다(Form) 2)유용해야 한다(Usability) 3)기능이 뛰어나야 한다(Function) 4)가격이 적절해야 한다(Price) 5)사용법을 쉽게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Education) 등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서 에어리스(Aeris)사의 마크 존스(Marc Jones) 회장은 “단일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시장과 수많은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인터넷 시장의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서비스는 네트워크 망만 깔려있으면 잘 팔렸지만, 사물인터넷 시장의 기반은 네트워크를 어떻게 짜고 그 위에 어떤 활용성을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물인터넷 시장의 서비스는 근본적으로 다른 설계가 필요하다”며 “모든 디바이스들이 연결될 때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3.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시대
새로운 기기는 곧바로 새로운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다. 새로운 플랫폼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낳는다. 스마트폰부터 워치, TV, 자동차 등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된 환경에서 콘텐츠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최근 애플워치에서 자사의 뉴스를 소비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발빠르게 발표했다. 가디언도 애플워치 전용 앱을 개발해 뉴스를 읽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구글 글래스가 처음 소개됐을 때 가장 먼저 구글 글래스용 뉴스앱을 선보인 곳도 뉴욕타임스였다. 이처럼 언론사를 비롯한 미디어 기업들은 앞으로 새로운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 연구와 실험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헤드셋은 가장 주목받은 웨어러블 기기였다. 이번 행사에 출품된 삼성전자의 기어VR 이노베이션 에디션2와 HTC의 바이브 등 VR 헤드셋은 스마트폰 화면을 활용해 가격대를 합리적으로 낮추는 등 대중화의 문턱에 훨씬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콘텐츠 기업이라면 여기서 고민이 하나 생길 수 있다. VR 헤드셋에 적합한 콘텐츠는 무엇일까?

노니 드 라 페냐(Nonny de la pena) 엠블러매틱 대표가 진행중인 ‘몰입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프로젝트는 고민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3차원 시뮬레이션 영상과 게임 기술 그리고 VR 헤드셋 등을 결합해 이용자가 ‘그 때 그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재현한다. VR 헤드셋을 끼고 사건의 현장을 직접 목도하는 듯한 경험을 한 체험자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타났을 때 누군가는 이미 활용을 고민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김재은

[캠페인 100장면]메디치가의 사회공헌 캠페인 Medici, 13C ~ 17C, 피렌체 최고 권력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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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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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캠페인을 보면, 간혹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의 경우 보여주기 식의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는 것을 많이 목격한다. 정형화된 기념사진과 상투적인 문구로 설명되는 캠페인에는 어떠한 감동이나 통찰도 들어있지 않다. 여기 사회 공헌 캠페인의 원조라 할 만한 한 가문이 있다. 이들은 집안 대대로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가문의 위상을 드높였을 뿐만 아니라 통치의 수단으로까지 승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바로 메디치 가문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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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가문의 시작이자 국부로 칭송받는 코지모 데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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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는 근대 초기 유럽에게 가장 돈이 많은 집안 중 하나였다. 요즘으로 치자면 전세계 재계 서열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기업이었다. 피렌체를 기반으로 이탈리아 반도와 유럽을 넘나들며 주로 은행업과 제조업의 사업을 벌여 큰 부를 쌓았다. 현대적 복식부기 방식을 처음 도입하여 사업에 활용한 곳도 메디치이다. 한 기업이 이렇게 돈이 많아지면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게 되고 이는 곧 권력으로 연결되는 법이다. 피렌체의 라이벌 가문과의 파워 게임을 거쳐 메디치도 독점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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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의 통치 방식은 독특했다. ‘보이지 않게 통치하는 것’이 제 1의 룰이었다. 그들은 어떠한공직에도 오르지 않았다. 권위자가 되지 않고 피렌체의 첫번째 시민이 되겠다는 것이 내세운 이유였다. 대신 가문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수많은 대리인들이 있었다. 피렌체의 행정 및 사회적 문제들은 대리인을 통해 메디치가의 뜻대로 이루어 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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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일가의 사람들은 종종 그림 속에 등장하고 한다. Benozzo Gozzoli가 그린 동방박사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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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의 제 2의 룰은 ‘권력의 정당성은 국가에 대한 기여로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메디치가가 없는 피렌체의 발전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코지모 데 메디치는 인문학을 가르치기 위한 학교를 짓고 학자들을 불러모았다. 건축가들에게 성당을 비롯한 건물과 다리, 도로 등을 건설하게 했다. 막대한 금액이 드는 일이었고 오직 메디치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시민들은 코지모를 칭송하여 피렌체의 기본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의미에서 ‘국가의 아버지’ 라고 불렀다. 이러한 전통은 후대의 ‘위대한 로렌초’를 비롯해 수많은 메디치 후손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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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박해를 피해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은 갈릴레오 갈릴레이. 후에 보은의 뜻으로 자신이 발견한 별을 메디치에 헌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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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화와 예술의 후원자로서의 메디치 가문의 안목은 탁월했다. 그들로 인해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꽃피울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문 구성원들은 소박한 옷차림에 검소한 생활을 추구했지만, 안목은 최고급이었다. 부를 과시하기 위해 예술을 소비한 것이 아니라, 예술을 소비하기 위해 부를 축적했다. 메디치 가문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핵심적 후원자였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도나텔로,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부르넬레스키, 풀라 안젤리코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이 메디치 가문의 후원아래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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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메디치가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존중하며 통치를 한 것은 아니었다. 정쟁과 모략의 시기였고, 필요하다면 납치, 고문, 살인은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었다. 메디치 치하의 시민들은 다른 도시국가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억압되고 검열된 사회에 살았다. 하지만 메디치에게는 우아한 포장지가 있었다. 사회적 헌신과 예술에 대한 사랑이라는 프레임은 메디치 가문의 권력에 대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순응을 이끌어 내는 매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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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의 국가 봉사와 재산의 기부 등은 고대 로마적 전통으로 계승되어 내려오는 것이었지만, 메디치 만큼 확고한 목표 아래 지속적이고 일관되고 사회공헌을 유지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안나 마리아 루이사 데 메디치는 가문 소유인 우피치(Uffizi, office) 건물과 소유한 모든 예술 작품을 국가에 기증했다. 이후 메디치가의 유산은 피렌체 뿐 아니라 전세계의 유산으로 남아 있다.

김성은

[저널리즘의 미래73] 손목 위의 뉴스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가디언(Guardian)의 애플워치용 앱 디자인 후기

*주: 아래 글은 가디언(Guardian)에서 직접 쓴 앱 디자인 후기를 번역/요약한 것이다. 기사의 원제는 ‘어둠 속에서 한 디자인: 우리는 어떻게 애플워치용 가디언 앱을 만들었나(Designing in the dark: How we created the Guardian App for Apple Watch)’이다. 뉴욕타임즈에 이어 가디언도 11월부터 애플 워치앱을 개발하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나처럼 가디언 개발자들도 애플워치를 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독자들이 어떻게 애플워치앱을 사용할지 짐작하는 것이었다. 이전의 결정과 제품을 참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막막했지만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독자들의 삶을 상상하면서 활력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가디언의 아이폰과 연동된 애플워치 앱은 앱스토어에서 받을 수 있다. 애플워치가 없어서 실제 앱을 확인할 수 없을지라도 이 후기를 통해 가디언의 기존 독자들에 대한 고려와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가디언의 이야기를 애플워치에서 보려면
처음 디자인에 들어가며 가디언의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은 기기에 대해 아는 것들을 전부 공유했다. 다행히 그 중 상당수가 안드로이드 웨어러블 기기 유저들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었고, 애플에서도 애플워치가 가볍고, 적시성이 높고, 굉장히 개인적일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줬다.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애플워치를 통해 뉴스를 읽는 경험은 부담 없고, 사용자 연관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저들은 가디언 뉴스를 읽기 위해 단 몇 초간 워치를 볼 것이다. 스태프들은 애플워치앱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의 목록을 만들었지만, 앱이 유저에게 어느 순간에도 하나의 결정적인 이야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이 아이디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Alex Breuer에 의해 ‘Moments(순간들)’이라고 이름 붙여지고, 유저에게 어떤 순간에든 하나의 컨텐츠를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컨텐츠가 헤드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유저가 항상 가치 있고, 새로운 것을 접한다는 기분이 들 수 있도록 맥락과 과거 기록에 맞춰 변하게 했다. 진지할 때도 있지만 항상 재밌고, 장난스러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가디언 브랜드와도 통하는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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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디언 모멘트(Guardian Moments)로 이루어진 하루
이들은 가디언의 독자들의 핵심 니즈가 빠른 업데이트를 통해 지식을 넓히고, 새로운 컨텐츠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최신 뉴스를 접하는 것은 유저의 가장 중요한 니즈이다. 그러나 하루가 흐르며 독자들에게 가디언이 생산하는 더 흥미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제공해주려고 했다. 또 종이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면서 실제로 작은 화면에의 짧은 인터랙션이 어떨지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앱 유저의 경험이 아주 미니멀하고 연관성이 높아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이 경험을 타임라인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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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탑 기사인 아침 브리핑(morning briefing)을 빼고는 컨텐츠가 읽히면 다른 컨텐츠로 바뀐다. 컨텐츠가 개인에 맞춰져 있길 바랐기 때문에, 앱이 유저가 앱에서 읽지 않은 이야기를 끌어오려는 시도였다. 예를 들면 고고학이 유저가 가장 좋아하는 섹션이라면, 고고학 기사 중 읽지 않은 것들로 읽은 기사가 대체될 것이다.

또 가디언 독자들이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특정 팀에 대해 사람들이 기사를 몇 번 읽는지 기록하는 트래킹 앱을 실행했다. 일정 횟수를 넘어가면, 언제든 응원하는 팀이 경기하고 있을 때 매치카드가 애플워치에 나타난다. 동시에 이 방식은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볼 수 없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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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디언 > 애플워치
앱의 템플릿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Frank Hulley-Jones는 “애플 워치를 위한 디자인은 흥미롭고, 시간에 맞는 컨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한 가지고, 나머지 하나는 시계에 대한 농담이 일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한다(애플워치가 출시되고 ‘시계(watch)’에 대한 말장난들이 트위터에 쏟아져 나왔다). 다시 말하면, 독자들이 기기와 상관없이 가디언의 컨텐츠를 읽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박지윤

기사 출처: http://www.theguardian.com/info/developer-blog/2015/may/01/designing-in-the-dark-how-we-created-the-guardian-app-for-apple-watch

[캠페인 100장면] 교황 우르바노 2세의 십자군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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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e Urbano II, 1042~ 1099. 159대 교황(재임 1088~1099)

1.
두터운 붉은 망토를 두른 노인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풍성한 옷감과 망토만큼이나 붉고 거대한 모자가 그의 머리 위에서 잠시 흔들렸다. 그가 연단에 서자 그 앞에 도열한 수많은 추기경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이 늙고 앙상한 노인이 입을 열자, 대포와 같은 우렁찬 기운이 회의장 안을 감쌌다. 점점 격정에 빠지며 거의 울부짖는 듯한 노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2.
“예루살렘, 안티오크 및 그 밖의 도시들에서 기독교도가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불경한 투르크족은 그칠 줄을 모르고 콘스탄티노플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성지의 형제들을 구해야 합니다. 유럽의 그리스도인이여! 지위가 높건 낮건, 재산이 많건 적건, 크리스트교도의 구원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신은 그대들을 인도하실 것입니다. 신의 정의를 위하여 싸우다 쓰러지는 자는 죄의 사함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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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년 클레몽에서 열린 공의회에서 이슬람에 대한 대대적인 성전을 외쳤던 이 노인은 교황 우르바노 2세이다. 우르바노 2세는 프랑스 귀족가문 출신으로 그레고리 7세 교황의 교회 개혁 운동을 열심히 도왔던 지지 세력이었고 빅토르 3세의 뒤를 이어 교황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대부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종교 전쟁이었던 십자군 운동을 처음 기획하고 실행한 인물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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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몽 공의회에서 설교하는 우르바노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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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년에 처음 시작되어 1270년대에 끝날 때까지 180년이 넘게 지속된 십자군 원정은 캠페인의 관점에서 그 규모와 지속성에 있어 유례 없는 대사건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세 시대의 특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교적 가치가 우선시 되었던 중세에는 귀족과 성직자를 제외하고는 교육수준이 낮고 문맹율이 높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 특히 신화나 마법사, 기사와 미녀와 같은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유행이었다. 종교가 갖는 특유의 속성인 추상성, 관념성, 도덕성, 희생 추구가 강조되다 보니 중세인들의 사고체계도 관념적이고 감정적인 자극에 더 취약했다. 그래서 감성적으로 쉽게 선동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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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 피에르를 따라 군중 십자군을 떠나려는 사람들

5.
이교도들을 몰아내고 비잔틴 제국을 건설하고자 열망했던 우르바노 2세는 파문이나, 구원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천국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교황이었다. 교황은 면죄부와 구원을 조건으로 내걸고 십자군 기사단을 촉구했다. 그리고 십자군 전쟁은 ‘신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신성한 전쟁’이라고 선포하고, 전쟁에서 죽는 것 조차 죄를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득했다.

6.
물론 종교적 열정만으로 사람들을 설득한 것은 아니다. 십자군 원정에 환상을 품을 만한유효한 타깃이 있었다.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었다. 세력 확장을 꾀하는 유럽의 제후들이 있었고, 장자상속 제도하에 상속권이 없는 귀족의 자제도 새로운 기회가 필요했다. 게다가 현재 상황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하급 기사 등은 쉽게 인생에 모험을 걸어볼 만한 대상이었다. 우르바노 2세는 그들에게 외쳤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이 땅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에 빈궁해졌습니다. 이 땅에서 불행한 자와 가난한 자는 그 땅에서 번영할 것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내세워 그곳에 가면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난 풍요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메시지는 구약 성서부터 고전적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 이야기였다.

7.
그가 내뿜은 열정은 온 유럽으로 퍼졌고 각지의 제후들과 기사들이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급기야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힌 일군의 하급기사와 일반 민중들의 무리떼가 정식 십자군이 출발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먼저 출발하여 마구잡이로 공격을 일삼는 군중 십자군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회적 약자들과 심리적 결핍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헌신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영생’, ‘은총’, ‘지상낙원’과 같은 환상에 가득 차 보상을 약속하는 패턴은 1978년 존스 타운의 909명의 신도 집단 자살 사건을 비롯해 1987년의 한국의 오대양 사건, 1995년 일본의 옴진리교 독가스 살포 사건 등도 사이비 종교집단 뿐 아니라 히틀러의 나치당, 북한 김일성 정권 등 주로 독재정권의 사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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