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70] 1920년대 뉴미디어, ‘타임’ – 04 조지 처치: 커버스토리 십계명 (‘타임’지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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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타임지의 생존전략은 ‘차별화’였다. 그래서 타임지의 글쓰기 전략은 여타 신문들과는 달랐다. 결과적으로 그 글쓰기 방식을 독자들은 좋아 했고, 타임지는 성공했다.
기존에 없던 방식의 글에 독자들은 신선함을 느꼈지만, 그 글을 써야 했던 타임지의 라이터들은 난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라이터들은 적응할밖에 없었는데 그 중 글을 전설적으로 많이 쓴 조지 처치는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십계명을 내놨다.

1. 어느 시점에서 읽기를 그만 하고 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는 일요일 밤까지도 글을 시작하지 못할 것이다.
2. 커버스토리를 써야 한다는 중압감에 압도당하지 말아야 한다. 커버스토리도 다른 스토리와 똑같이 생각하라. 길이만 조금 더 길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시간을 조금 내서 기본적인 테마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 나는 커버스토리에서 전해야 할 내용들을 리스트로 만든다. 그것과 별도로 공간이 남을 경우에 추가로 담고 싶은 내용도 리스트로 만든다.
4. 리드는 당신을 어딘가로 데려다 줄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아무리 단조로운 리드라 하더라도 그런 리드가 곁길을 천천히 걸으며 재미있는 구석을 들추는 글보다는 낫다.
5. 글을 시작하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거든, 그 스토리의 다른 부분부터 시작하라. 무엇을 쓰든 손가락을 움직이도록 하라.
6. 나는 적재적소에 유머를 배치하길 매우 좋아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한번 심하게 비웃고, 그런 다음에 그 문제에 관심을 쏟아보라. 그러면 유머가 가능해질 것이다. 아니면 어떤 가설을 제시한 다음에 그것을 뒤집어엎도록 하라.
7. 신문의 기사와는 달리 ‘타임’의 기사는 문학적 구성을 따르며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결말이 어렵다. 어쨌든 마무리를 멋지게 하라.
8. 에디터가 정확성을 문제로 삼을 경우엔 나는 그 문제를 놓고 철저히 논한다. 그러나 개인적 판단이 걸린 것을 문제로 삼을 때는 에디터와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
9. 만약 어떤 단어나 문장이 눈길을 끌만한데 정확하지 않다면, 그 단어나 문장은 지우도록 하라.
10. 자기 의견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도록 하라.

출처: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 TIME>

[저널리즘의 미래 69] 1920년대 뉴미디어, ‘타임’ – 03 타임지의 팩트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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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타임’지의 차별화 전략 중 하나는 ‘정확성’이었다. 정확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위해 전담팀이 꾸려지기까지 했는데, 팩트체커들은 글의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했을 만큼 권한이 있었다.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도 져야 했다. 최초의 팩트체킹 저널이라고 평가 받기에 이르른 타임지의 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정확성을 책임진 사람들은 역사와 문법과 지리에 정통한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각 기사에 들어 있는 역사적 사건과 이름과 장소와 날짜를 정확히 체크했다. 이 엄격한 검증시스템은 저널리즘이란 정확한 정보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정보도 주고 교육의 기회도 주는 것이라는 루스의 소신에 따른 것이었다.

편집과정은 팩트체커들에 의해 수행되었다. 전부 여성으로만 구성된 이 팀은 처음 4명으로 시작했다. 팩트체커들은 편집실 안의 편집실인 셈이며, 라이터들이 제목 붙이는 일을 돕기도 하고 통제하기도 했다. 그들은 역사와 문법, 지리에 조예가 깊었으며, 그들의 일은 게재할 아이템이 정해지는 순간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스토리에 추가할 정보를 찾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그러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면 임무는 지나칠 정도로 꼼꼼해지고 라이터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은 서로 나란히 앉아 일을 했으며, 스토리는 에디터의 책상에 닿기 전에 반드시 팩트체커의 엄격한 여과장치를 통과해야 했다.

그들은 기사에 담긴 모든 정보를 체크했다. 역사적 사건과 이름, 장소와 시간까지 허투루 넘기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각각의 팩트를 점으로 표시했다. 신문에서 확인한 팩트는 검정 점, 책에서 확인하나 팩트는 붉은 점, 미확인 팩트는 초록 점으로 표시했다. 그러면 초록 점이 표시된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확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편집자는 팩트체커들의 지시사항을 준수해야 했다. 그 이유는 만약 약간의 실수라도 바로 잡아지지 않고 인쇄되어 나올 경우 책임을 지는 사람은 라이터가 아니라 팩트체커들이었기 때문이다. 라이터들이 부정확하게 쓴 형용사, 맥락에서 벗어난 인용, 사진과 일치하지 않는 설명 등이 나오면 팩트체커들은 매주 편집실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실수 보고서를 통해 심판을 받게 된다.

루스와 해든이 이제 막 창간한 잡지의 토대를 다지며 추구한 그 질서와 근엄함과 꼼꼼함은 평소 잡지의 편집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타임’은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팩트체킹(fact-checking)을 처음 도입한 잡지라는 평가를 듣게 되었다.

출처: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 TIME>

[저널리즘의 미래 68] 1920년대 뉴미디어, ‘타임’ – 02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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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타임지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은 전 세계의 관심사다. 애초에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저널인 만큼 ‘올해의 인물’은 타임지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시작은 우연하게 이뤄졌다. 각종 인물순위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는 ‘올해의 인물’ 프로그램이 어떤 철학을 담고 있을까?

1. 우연한 시작

1928년 시작한 ‘올해의 인물’은 전국적인 행사가 되었다. 그 선정이 기대와 내기와 논란을 낳았다. 누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것인지 알아맞히는 것이 전국적 오락이 되었을 뿐 아니라 지적 도전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그 해의 사건들을 들춰야 했고 그 사건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올해의 인물’도 우연의 산물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사를 부실하게 다룬 것을 만회하기 위해 임시변통으로 만든 게 공전의 히트로 이어진 것이다.

그 아이디어가 탄생한 것은 그해 말 신통찮은 제안들이 하나씩 버려지던 어느 편집회의에서였다. 보통 한 해의 마지막 몇 주일은 잡지 편집자들에게 매우 힘든 때다. 독자들이 새해 선물 교환이나 가족 파티에 빠져 지내기 때문에 잡지 판매고가 떨어진다. 강력한 호소력을 지닐 커버스토리도 찾기 힘들어진다. 그 기간에는 흥미로운 기사거리가 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2. ‘올해의 인물’을 해야 하는 이유

에디터들은 이유를 제시했다. 매년 탁월한 명사들을 선정하는 것이 미국을 위해서도 도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루스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단 조건이 있었다. 독자들에게 ‘올해의 인물’ 선정이 단순히 훌륭한 행위에 대한 상이 아니라 영향력에 대한 인정으로 비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3. 독자의 참여

1933년까지는 에디터들이 ‘올해의 인물’을 선정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에디터들이 그 선택이 야기하는 기대를 제대로 이해한 것은 1933년 말에 이르러서였다. 오하이오 주 히람의 주민들이 눈보라에 갇혀서도 ‘타임’의 1934년 ‘올해의 인물’이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내기를 걸었다는 소문이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온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에디터들은 이듬해부터 독자들을 ‘올해의 인물’ 선정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출처: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 TIME>

[저널리즘의 미래 67] 1920년대 뉴미디어, ‘타임’ – 01 타임지의 기사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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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타임지가 차별화한 것은 글쓰기의 구조였다. 독자들이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일주일에 한 번 보고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 저널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에 글들은 분량부터 간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 어떤 기사도 400단어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작성된 기사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기사들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전시나 평시나, 불황기나 회복기나 관계없이 ‘타임’은 세상을 한 단짜리 기사로 정리했다. 아무리 중요한 사건일지라도 한 단이라는 기준을 바꿔놓지 못했다.

‘타임’의 글쓰기의 본질은 단어가 아니고 구조였다. ‘타임’ 형식의 성공 비결은 일간지 기사의 치명적인 ‘역피라미드’형식 (가장 중요한 팩트를 맨 앞에 내고 중요도 순으로 기사를 쓰는 방식)을 피한 것이다. ‘타임’은 대신에 사건들을 가능한 한 발생 순서대로 전달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일반 원칙일 뿐이지만.

라이터들의 고통이 어떠했는지, 또 뉴스를 단 몇 줄로 창의적으로 요약한다는 것이 어떤 고문이었는지 감을 잡기 위해 1950년대와 1960년대 기사들의 예를 몇 개 읽어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다. 일부 구절은 저널리즘을 가장한 단편작품처럼 읽힌다.

1. 월트 디즈니

“옛날 옛적에 캘리포니아라는 마법의 땅에 월트 디즈니라는 고집이 세고 성숙한 소년이 있었다. 그런데 그 소년은 이 땅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창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그는 대금업자들을 찾아 수백만 달러를 모았다. 그런 다음 미술가들과 목수들에게 달로 가는 우주선들과 마크 트웨인의 배, 기계 원숭이들과 상하로 움직이는 하마들, 해자를 두른 성, 황야의 성채와 모형 정글들로 이뤄진 묘한 동화의 나라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모든 아이들이 디즈니랜드라 불린 그 행복의 땅을 찾았다. 월트와 그의 친구들은 그 후로 수백만 달러를 벌고 있다.
지난주 디즈니랜드가 창설 2주년을 기념했을 때, 월트 디즈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장난감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년이었다. … 어른들까지도 디즈니랜드에 정신을 놓는다. 그곳은 그들이 보지 못한 과거가 그들이 보지 못할 미래로 녹아드는 곳이다.“

2.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의 자살에 대해)

“천국의 희망도 전혀 없었고 신에 대한 믿음을 지탱할 길도 없었다. 단편 ‘깨끗하고 불 밝은 곳에는 무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nada’를 바탕으로 주기도문을 패러디한 대목이 있다(무에 계신 우리 무여, 무의 이름으로 무 되게 하시라). 도박사와 수녀와 라디오‘에서 주인공 화자는 ”빵은 사람들의 아편“이라고 결론짓지만, … 헤밍웨이마저도 무나 빵만으로는 자신을 버틸 수 없었다. 만약 삶이 무에서 무로 가는 짧은 날의 여정이라면, ’그 여정에 이뤄진 성취‘에 여전히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한다. 헤밍웨이의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인 도덕적 표준은 존재하지 않고 스포츠맨이나 군인 또는 그의 경우처럼 작가의 편협한 도덕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신 대신에 우리 인간이 가져야 할 규범적인 존재, 즉 규범 영웅을 창조해냈다.

규범 영웅은 약간 속물적이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하다. 그러나 규범의 기준은 용기이고, 규범의 본질은 행실이다. 헤밍웨이에게 있어서 행실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훌륭하게 대하는 것이다. 또 그것은 선한 전문가가 게임의 규칙 안에서 처신하는 것을 의미할 때도 종종 있다.”

출처: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 TIME>

[저널리즘의 미래] 1920년대 뉴미디어, ‘타임’ –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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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타임’지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 발간되던 신문은 2000개가 넘었다. 종합잡지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타임지 창립자들은 새로운 개척지가 있다고 봤다. 아직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 한 분야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임은 ‘신문’과 다른, ‘잡지’와도 다른 미디어를 창안했다. 말하자면, 그 당시에 타임지는 뉴미디어였다.

그래서 책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 TIME>은 저널리즘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이 세상에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없는 것은 뭔지, 그 중 세상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곧 ‘저널리즘의 미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 직전 책값이 대폭 할인되던 때 우연히 사게 된 이 책은 예상을 훌쩍 뛰어 넘을 정도로 좋았고, 그 좋았던 내용을 이번 주 내내 시리즈로 공유하려고 한다.

[미디어리뷰] 헝거게임에서 프로파간다를 보다.

헝거게임

헝거게임을 봤다. 미국의 스윗하트 제니퍼 로렌스가 나오는 바로 그 영화인데, 만약 이 영화에서 본격적인 ‘치고 박기’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1편과 2편을 건너뛰고 최근 개봉된 3편을 봤다.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고 봤고, 그 덕분인지 재밌었다. 특히 이번 편에서 다룬 ‘프로파간다’가 재밌었다.

헝거게임을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헝거게임에서 대립구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정부군과 반란군. 제니퍼 로렌스를 비롯한 ‘우리 편’은 반란군이다. 영화에서 정부군은 악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고문하고, 죽이고, 괴롭힌다. 자연스레 반란군은 선한 역할로 포지션된다. 나쁜 정부군을 물리치려는 정의로운 편.

이번에 개봉한 영화에서는, 반란군에 속한 사람들을 고취시키고 한 데 모으고, 그로 인해 효과적으로 정부군에 대항할 수 있게 하는 ‘프로파간다’ 제작을 주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제니퍼 로렌스가 주인공이 되어 프로파간다용 선전영상을 찍는다. 영화스토리상으로 ‘우연적 요소’에 의해 효과적인 영상이 만들어진다. 한 번 더 생각하면, 영화 제작진이 프로파간다의 핵심을 꿰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프로파간다의 핵심은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다음 세 가지로 나타났다.

1. 표식

반란군의 표식은 손동작으로 나타낼 수 있다. 손가락 검지, 중지, 약지를 세운 손에 입 맞춘 후 상대방에게 보이는 것이다. ‘내가 당신과 같은 편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필요한 것은 손가락 세 개뿐이다. 말 한 마디도 필요하지 않다. 사람이 몇 명이 있든 마찬가지다. 군중이 모여 있을 때 이 표식의 효과는 더 극대화 된다.

2. 슬로건

“IF WE BURN, YOU BURN WITH US!”
(우리가 죽게 된다면, 혼자 죽지는 않아!)

제니퍼 로렌스는 무고한 시민들을 폭격한 정부군에 분노하며 이렇게 소리친다. 이 말 말고도 많은 말을 했지만, 프로파간다용으로 적절했던 것은 바로 이 문구였다. 라임이 쫙쫙 맞고, 기억하기도 쉽다. 즉, 사람들이 외우고 사용하기 좋다. 프로파간다의 핵심은 대중이 사용하게 하는 것이니까. 그 측면에서 훌륭한 전략이었다.

3. 노래

제니퍼 로렌스가 우연한 기회에 (사실 좀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고, 그 영상은 또 한 번 반란군 사회를 강타한다. 이미 유명했던 노래에 가사가 바뀐 형태였는데, 대중이 이미 알고 있었던 노래였기 때문에 외우기 좋았고, 가사가 전쟁 상황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널리 사용됐다. 정부군을 공격할 때 사람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행진했다. 노래를 함께 부름으로써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4. 영화 밖의 프로파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헝거게임의 구도는 선과 악으로 나뉜다. 이는 프로파간다에 있어 핵심적이다. 실제로 ‘그린피스’가 글로벌석유기업 ‘쉘’에 대항할 때도 이와 같은 구도를 응용한다. 그린피스는 ‘국제환경보호단체’로 대변되는 만큼, 환경에 관한 한 ‘선’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대항하는 쪽은 ‘악’의 역할을 자연스레 맡게 된다.
실제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국제정유사 쉘을 압박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선악구도를 만드는 데 천부적이다. 비판할 기업의 가장 지독한 예들을 사용해서 대중에 어필한다. 이목을 끌기 위해 그린피스는 자체 포토그래퍼와 영상크루들을 통해 보도한다. 그리고 이를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어필한다. 최근에도 그린피스는 레고를 활용한 영상으로 쉘을 공격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정현

[유민영의 DOSC, 메시지는 말한다 3] 서건창, MVP가 해야 할 말을 알다. – 프로의 자격과 정의

서건창

 

넥센 히어로즈의 서건창 선수가 2014년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선수(MVP)로 18일 선정되었다. 그는 훈련된 커뮤니케이터로서 준비된 소감을 밝혔다.

“2년 전에 이 자리에 섰을 때 굉장히 떨렸다. 오늘은 좀 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떨린다.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어려운 시기에 봉착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온 것이 오늘 같은 영광스러운 시간까지 오게 했다.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다. 야구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모교 코치님들과 이장석 대표님, 코칭스태프, 선수들, 각 언론사 기자 분들께 감사 인사 전한다.
올 시즌 기대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시작했다. 작은 것 하나부터 깨달음을 얻고 똑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렀다. 제 플레이를 보고 저보다 더 좋아해주신 팬 분들을 보면 지금도 흥분이 된다. 내년 시즌도 저 자신을 속이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 팬을 흥분시키는 게임메이커가 되겠다.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처럼 한 걸음 더 나아가고 한 계단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 항상 제 뒤에서 든든하게 후원자 역할 해주시는 가족들 감사하고 야구팬 분들, 히어로즈 팬 분들께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0. 득도한 고수는 필요의 언어만을 사용한다.
말이 짧다. 짦고 정확한 말은 최고의 수상 소감을 만든다.

1. 정통파 우완투수처럼 소감을 구성하다.
첫 단락은 회고와 감사다. 두 번째 단락은 목표 관리와 다짐이다. 마지막 단락은 새로운 정의와 감사의 반복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인터벌도 없고 구질은 깔끔하다.

2. 기자처럼 핵심 요소를 던져놓다.
‘떨림’과 ‘흥분’이라는 스케치 위에 상황을 그린다. 그리고 잠시 웃음이 터진 ‘백척간두 진일보’의 핵심 메시지를 드러낸다.

3. 마케터처럼 자신을 자신의 말로 정의하다.
‘어려운 시기’에 타격 폼까지 고쳐가며 달려온 시간을 언급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로 목표를 관리하고 “자신을 속이지 않은 선수”로 자신의 의지를 정의한다. 그러면서 1번 타자의 포지션, ‘게임메이커’를 놓치지 않는다. 누구도 공감하는 서건창을 서건창은 알고 있고 말할 수 있다.

4. 카피라이터처럼 버릴 것을 버린다.
그의 말에는 ‘1등’과 ‘최고’, ‘정상’ 같은 우월적 지위가 등장하지 않는다. ‘최선’과 같은 추상의 언어가 하나도 없다. 별로 없다. 자신의 고난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도 미덕이다. ‘흥분’이라는 단어도 사람의 박동을 느끼는 훌륭한 선택이다. 스스로 말하지 않고 누구나 말하는 것을

5.어디서 권력이 나오는 가를 아는 샐러브리에이터처럼 행동하다.
능력과 경험을 믿지만, 팬심과 여론을 먹고 사는 것이 현대야구의 요체다. 팬들을 향해 두 번 감사하고 그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히어로즈 팬 앞에 야구팬이 먼저 붙은 것도 효과적이다.

신고 선수에서 MVP까지 오른 그는 2014년 실력으로 영웅을 입증했다.
서건창은 평소 말이 없고 기자들에게도 정확히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서건창이 코리안시리즈 패배 후 “혹시 잠실구장에 짐을 놓고 온 것은 없느냐”는 프런트의 말에 “우승 트로피를 놓고 왔다”고 말했다. 촌철살인-유머-의지가 겸비된 말이다. MVP 수상 다음 날에는 TV 생방송 뉴스에만 세 번 출연을 해서 실수 없이 또박또박 질문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하고 있다. 거침없이 그 위치의 말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할 말을 알고 해야 할 때를 알고 있는 것이다. 서건창은 야구의 수준과 함께 그것을 표현할 말의 자격과 품위를 구현하고 있다.

유민영

[미디어리뷰] 뉴스룸과 보스턴마라톤테러: 보도해야 할 것과 보도하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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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즌3이 시작했다. 나도 팬인지라 찾아봤다. 이번 시즌 1편에서는 지난 2013년 일어난 보스턴마라톤테러의 보도를 다뤘다. 위기상황 시 보도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윤리로 물의를 빚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더 깊게 와 닿을 것이다.

1. 보도하지 말아야 할 것.

1-1 트윗

모든 테러가 그렇지만, 보스턴마라톤테러 역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 했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누가 했는지, 왜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공식적인 라인에서는 없었다. 테러의 정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곳은 트위터였다. 그것도 과하게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공식적 정보는 없었지만 이미 사실인 것 같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기자는 말한다.
“트윗을 봤는데 결승선 지점에서 폭발이 두 번 있었대. 무려 트윗 2221개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어. 대체 (이걸 보도 안 하고) 뭘 기다리는 거야?”

윌 맥어보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TV쇼를 하는 게 아니야. 뉴스를 하는 거지.”
(“We don’t do good TV, We do the news.”)

이 때 맥어보이가 말한 TV쇼의 의미는 오직 시청률만을 신경 쓰는 프로그램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그게 진실이고 아니고는 나중 문제다.
‘뉴스’의 의미는 반대다. 늦게 보도하게 되더라도 정확한 사실, 정확한 진실을 말하자는 것이다. 이 측면에서 트윗은 아무런 소스가 될 수 없다. 같은 말을 하고 있는 트윗이 2천 개든 2만 개든 마찬가지다. 트윗의 수는 ‘진실성’과는 큰 관계가 없다. 단 한 개의 트윗도 순식간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 다른 미디어

“증명해내. 나는 다른 미디어 퍼다 나르는 거 딱 질색이야.”
(“Prove it. I don’t like media covers media.”)

맥켄지는 무엇을 보도해야 할지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미디어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미디어가 합쳐졌을 때의 파급력은 훨씬 더 그렇다. 사안의 신빙성을 따질 때 ‘어떤 언론사가 말했느냐’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 조선일보가 홀로 말하는 것과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다른 것과 같다. 반신반의하던 것도 많은 언론에서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믿을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맥켄지의 이 말은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 오보가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언론의 무비판적인 받아쓰기’가 초래할 수 있는 결과는 생각보다 크다.

2. 보도해야 할 것.

2-1 공식적 소스, 그리고 사람이 아닌 기계에 담긴 정보.

맥켄지 프로듀서와 윌 맥어보이 앵커 등 임원진은 ‘공식적인 소스’가 없으면 보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들고, 이 원칙은 끝까지 지켜진다.

그들이 보도한 것은 공식적인 소스, 그리고 반박이 불가능한 영상뿐이었다.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생중계하고 있었던 방송영상에 담긴 내용을 처음 보도했다. 백악관이나 경찰 측에서 제시한 자료도 보도했다. 결승선 부근에서 사람들이 찍고 있던 영상으로 종합한 FBI의 자료도 보도했다.

2-2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 보도

“이 지면에 가방을 맨 모습이 찍힌 두 명은 용의자가 아닙니다.”

재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언론의 기능은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 것이다. 위의 보도지침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정확하지 않은 소스를 무분별하게 사용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용의자를 잘못 짚는 것’이다.

실제로 보스턴마라톤 테러 당시 뉴욕포스트의 오보로 17세 소년이 용의자로 지목된 바 있었다. 뉴스공유사이트 레딧에서는 또 다른 애꿎은 사람을 테러용의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마녀사냥을 한 셈이고, 애꿎은 생명이 희생됐다.

3. ‘좋은 뉴스’의 슬픈 단상

“이제 TV는 필요 없는 듯.”
(“We don’t need TV anymore”)

TV보다 발 빠르게 테러 관련 정보를 퍼 나른 트위터에 대한 찬사다.
뉴스보다 빠른 소식통(트위터)이 있기 때문에 TV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이 드라마에서 말한 것처럼, 트윗이 진실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보스턴마라톤테러 사태에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렇게 평했다.

트위터의 선기능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경찰이 트위터로 사건진행상황을 발 빠르게 전달했던 측면을 생각하자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트위터의 부작용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뉴스의 선기능을 평가 절하한다는 점은 문제가 될 만하다.

드라마에서도 이 부분이 뼈아프게 지적됐다. 맥어보이와 맥켄지의 뉴스는 ‘좋은 뉴스’였으나 좋은 TV쇼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 했던 것이다. 극중 뉴스는 시청률 측면에서 좋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이 결과를 받아든 윌 맥어보이는 말한다.

“4위라고? 우리는 전부 다 올바르게 했는데! 전부 다 맞게 했다고!”

좋은 뉴스를 만들었지만 시청률은 저조한 현실. 이 때문에 뉴스룸은 다음에 닥칠 재난상황에 어떤 보도방식을 선택할 것인지 더욱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자극적인 뉴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 수밖에 없고, 단기적인 관점에서 뉴스제작진은 좋은 뉴스보다 잘 팔리는 뉴스를 만들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시민의식이다. 좋은 뉴스를 골라내고 그 뉴스를 지지해줄 수 있는 시민의식만이 좋은 뉴스를 살려낼 수 있다.

김정현

[미디어 프리뷰] ‘그녀’의 마음을 가진 월-E: 지보. 현실로 나오다.

*주: 영화 <그녀>의 사만다를 보셨는지? 사만다는 소프트웨어로, 사람과 대화하고 교감하면서 그 사람에 꼭 맞는 아이덴티티를 가진 소프트웨어로 변화해나갔다. 또, 애니메이션 <월-E>를 기억하시는지? 예쁜 ‘마음’을 가진 로봇이 주인공으로 나왔다. 사만다와 월-E를 둘 다 아시는 분이라면, 아니 아시는 분이 아니라도 흥미로워할 로봇이 나왔다. 월-E의 생김새를 가진, 사만다의 마음을 가진 로봇이다. 지보는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사전주문을 받았는데, 목표금액이었던 10만 달러를 4시간 만에 달성했다. 현재는 매진된 상태다. 사생활침해 혹은 해킹 우려를 잠시 제쳐둔다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digitalhealthpost.com의 글을 번역했다.

1. 지보가 나오기까지

MIT에서 미디어기술 및 과학 분야 부교수로 있는 신시아 박사는 지능로봇을 개발하는 데 수십 년을 바쳐왔다. 박사논문을 쓰면서 만들었던 ‘키스멧’은 소셜지능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키스멧은 얼굴표정과 동작, 그리고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해냈다.
그 후 ‘레오나르도’를 제작했는데, 레오나르도는 모터와 센서, 그리고 카메라가 장착돼, 그것을 통해 인간의 표현을 배우는 소셜로봇이었다. 이들은 심리학 이론에 기반해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는데, 배우고, 협동하고, 반응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웠다.

2. 월-E와 ‘그녀’ 사이

‘지보’는 신시아 박사의 가장 최근 프로젝트로, 미리 주문한 사람들에 한해 보급됐다. 지보의 생김새는 흡사 픽사 애니메이션 캐릭터 ‘월-E’ 같다. 소프트웨어는 영화 <그녀>의 사만다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지보는 자기 주변의 음성과 얼굴인식기능을 이용해 상황을 파악한다. 또 인터액티브기능이 있기 때문에 배우고, 가르치고 또 사람들과 협동할 수 있다. 지보가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맞춤형’으로 바뀌게 된다. 지보는 스케줄이 꼬일라 치면 알려주기도 하고 삼촌 마중하러 공항에 가야한다고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미리 파악한 선호도에 근거해 레스토랑이나 취미활동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360도 회전하는 머리,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몸 덕분에 지보를 쉽게 여기 저기 데리고 다닐 수 있다. 또, 당신의 홈-기기나 모바일기기와 연동할 수도 있다.

3. 게다가 비싸지도 않다

기술이나 디자인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소셜펀딩 목표금액이었던 10만 달러는 우스울 정도로 많은 금액이 모였고, 예치금 99달러를 내고 예약구매하는 것 역시 매진됐다. 지보는 이미 사람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돈도 얻었다. (프로모션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3N1Q8oFpX1Y)
MIT 미디어랩의 디렉터 조이는 최근 테드강연에서, ‘어떻게 이렇게 적은 금액으로 혁신을 일으켰는지’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인터넷이 생기면서, 웹사이트와 소셜채널을 잘 사용해서 얼마나 우리의 일상에 혁신을 가져왔는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를 가지고도 일상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말이다.
신시아 박사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가지고 놀고, 배우며, 대화하고, 조각조각난 세상을 간소화할 수 있는 로봇을 적은 돈으로도 만들 수 있겠다고 말이다. 500달러가 싼 것은 아니지만, 아이폰도 500달러는 한다. 그리고 지보가 당신의 자녀들과의, 부모님과의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연결을 쉽게 해준다는 가치를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다.

출처: http://digitalhealthpost.com/2014/07/18/jibo-home-efficiency-social-robot/

[미디어 리뷰] 칸딘스키를 영상에 담는 단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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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을 우연한 기회에 보고 소름 돋는 경험을 했다.
칸딘스키 그림에 대한 영상인데, 예술작품을, 그것도 추상화를 이렇게 한 큐에 설명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http://vimeo.com/22220131 꼭 보시라.

나의 미술에 대한 지식은, 문과 고등학생의 상대성이론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얕기 때문에, 이 영상에 내가 전율했던 이유는 한 문장이면 족하다.

“칸딘스키 추상화 탄생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위해, 영상을 글로써 묘사해보겠다.
‘영상은, 칸딘스키의 가장 유명한 <구성8>의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 요소 하나하나는 경쾌하게, 자신의 교유한 떨림대로 흔들린다. 경쾌한, 그렇지만 의미는 알 수 없는 깨끗한 음악이 BGM으로 깔린다. 동그라미들은 비누방울처럼 부드럽고 천천히 떠오르고, 세모는 자기 자리에서 지글지글 움직인다. 물결무늬는 물결처럼 물결친다.’

내가 알고 있는 칸딘스키 예술작품 탄생과정은 다음과 같다.
“칸딘스키는 “미술은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색채와 선의 효과만으로 더욱 순수해지지 않을까? 실제 대상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음악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생각했다. 그는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이 하나로 융합되어 감상자의 영혼과 교감하는 ‘총체적 예술’을 추구했다.”
(유현영, <칸딘스키, 음악과의 아날로지>)

즉, 칸딘스키 예술의 절정은 음악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는 개별로서 아무 의미도 없는 음표들의 집합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탄복한 듯한데, 그 ‘탄복’을 미술에 끌어들였다. 즉, 개별로서 아무 의미도 없는 선, 면, 동그라미, 네모, 세모 등이 적절하게 모여서 아름다움 자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다음의 묘사도 보자. 위 묘사에서 이어진다.
‘북이 둥둥 울리는 것 같은 음이 들리면 배경이 우주로 바뀐다. 그래, 이건 우주를 표현한 것인가 봐. 그러면, 지금껏 없었던 중력이 일시에 생긴 것처럼 땅으로 떨어진다. 네모들은 얼음틀 안에 얼려진 얼음들처럼 모서리를 맞대고 꼭 붙어 있다가, 땅에 닿는 순간 와르르 해방된다.’

칸딘스키가 해당 그림을 그렸던 시기에 그는 ‘신비적이고 환상적인 우주’를 화폭에 담아내려고 의도했다. 물론 점과 선, 도형들로 말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영상의 배경은 우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순간도 있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동그라미가 큰 원이었다가 작은 원 두 개로 나뉘고, 다시 뭉쳤다가 두 개로 나뉜다. 그럴 때는 높고 청명한 소리가 줄곧 들리다가, 낮고 울림이 깊은 음성이 들리며 네모가 끝없이 가라앉는다. 물 컵에 빠진 발포비타민처럼 조그마한 공기들을 위로 물 밖으로 올려 보내며.’

동그라미가 포커싱될 때, 네모가 움직일 때, 곡선이 물결칠 때, BGM은 각각 고유한 소리를 낸다. 각각이 어떤 음표를 상징하고 있을 것이기에, 칸딘스키가 그림을 그릴 때 칸딘스키의 뇌를 울리고 있었을 음악을 상상한 것이다.

추상화만큼이나 영상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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