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와 유민영의 새로운 발견 : 위기전략] 위기관리는 제도와 문화, 세월과의 오래된 싸움이다.

 

‘난타’ 세계 공연의 사연을 기자가 묻자 송승환 피엠씨프러덕션 회장이 답한다.

“불이 문제였다. 프라이팬에 불이 확 붙어 타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가스를 이용한 진짜 불이다. 소방법이 엄격한 뉴욕에서는 공연을 할 때도 화제 전문가를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주로 전직 소방수인 그들이 하는 일은 공연 후 가스부스터에서 가스통 4개를 꺼내 그걸 캐니빗에 넣고, 다음 날 아침 캐비닛에서 가스통을 꺼내 다시 부스터에 넣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주급이 1000달러가 넘었다. 예상치 못한 비용에 난감했지만 안전 규정은 무조건 따라야 했다. 이탈이라나 프랑스에서는 공연 전날 그 동에 소방대장을 불러 불 장면을 시연했다. 그가 오케이 해야만 막이 올라갔다. 공연 당일 무대 양쪽에 소방관을 한 명씩 배치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래서 그 나라에는 세월호 사건 같은 게 없나 싶기도 하다.”
– 송승환, 조선일보 6월21일 WHY 인터뷰 중에서

한 마디 한 마디가 위기관리의 훌륭한 경험이며 지적이고 성찰이다. 하나씩 분석을 해 보자.

1. 위기를 예방하려면 법과 제도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법이 엄격해야 하고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지난 달 16일 안전행정부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제출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안)’에는 원래 발표된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 재난현장에서 소방서장이 경찰과 군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안전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의 세월호 현장과 재난 현장에서는 현장 지휘부가 전문성 중심으로 구성되지 않고 계급 중심으로 구성되며, 협력 보다는 개별 플레이가 우선하게 된다.

2. 위기를 예방하는 것은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지루한 작업이다.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일을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안전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그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재앙을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안전한 사회는 제도를 고지식하게 지키는 문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들 안에 존재하는 결과중심과 편의주의는 항상 거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3. 직업윤리와 전문성을 가진 위기관리들은 특별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평소에 대우받아야 하고 권위가 존중받아야 위기 때 직업윤리를 갖고 행동하게 된다. 가치를 지향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지난 봄 미국 보스톤서 만난 한 우리 국민 한 사람은 이렇게 얘기를 했다. “평소에 과도하게 소방관에게 권위가 부여되는 것 같다.” 세월호를 겪고 알았다. 위기관리자에 대한 평소의 존중이 위기 때 그들을 도망자로 몰지 않고 헌신하는 영웅으로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주급 1,000달러가 필요한 것이다.

4. 매뉴얼 보관이 아니라 전문가가 검증하는 시뮬레이션 리허설이다.
실제 상황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자체 판단이 아니라 외부 위기관리 담당관이 그것을 보며 판단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난 현장에는 스스로 눈가리고 검증한 허술한 검증 과정이 낙인처럼 남아있다. 현장을 관할하는 공공의 위기관리자가 행사에 개입해 문제를 발견하고, 허점을 지적하고, 대응을 예비한다. 그리고 행사를 멈출 수 있는 권한을 갖고 행동한다. 그러니 위험이 미리 멈추어진다. 지면상의 훈련과 매뉴얼 보관은 재난 발생시 유명무실한 화석이라는 것을 우리는 세월호에서 충분히 발견했다.

5. 현장에 전문 인력이 배치되거나 골든타임에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위기관리 전문가란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위기만 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난타 행사장에 위기관리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위험을 미리 진단했다는 것이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위험 상황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드타임은 현장 안의 전문가 혹은 현장에 즉각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존재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송승환의 경험은 굉장히 많은 교훈을 준다. 철저하게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 만이 세월호를 다시 만들지 않는 길이다.

김호, 유민영

[RT] 프랑스의 모국어 사랑 – 법과 토론이 동반되는 국가의 힘

032프랑스모국어사랑

“프랑스어는 프랑스의 인격과 문화유산의 기본적 요소이며 교육, 노동, 교역, 공공업무의 언어이다”
– 1994년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한 투봉법 (투봉은 법안을 주도한 문화부 장관의 이름이다) 제 1조

1. 프랑스의 모국어 사랑은 유명하다. 프랑스에서는 ’email’ 이라는 단어가 금지되어 있다. 대신 ‘courriel’ 이라고 써야 한다. 2003년정부가 이렇게 지정했다. 2006년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기업인이 EU 정상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2. 그런데 세월이 지나긴 지났나 보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19년만에 투봉법을 개정한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외국기관과 연계되거나 또는 EU 에서 지원하는 학부 수업에 한해 영어강의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영어 수업을 금지하는 한, 외국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그에 반해 야당 및 프랑스어와 프랑스문학을 보호하는 지성인 모임인 한림원은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프랑스 대학은 지금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며 영어강의 허용은 정부가 국가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논쟁이 지면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3. 이 과정을 보노라면, 한마디로 부럽다.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한 법에 당시 법안을 주도한 문화부 장관의 이름을 붙인 것도, 투봉법 1조가 말하는 프랑스어에 대한 명료하고 아름다운 정의도, 법안 개정을 앞두고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논쟁이 기고문을 통해 대중에게 공유되는 민주주의적 과정도 모두 부럽다.

4. 고유한 모국어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절차를 밟은 적이 있었던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2005년 무렵부터 대학 내 전공 영어강의가 시작되어 근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따금 짤막한 이슈가 되었어도 본격적인 공론화의 과정은 생략되어 왔다. 법과 토론이라는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모국어를 보호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야야말로 프랑스가 가진 힘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일 것이다. 지독히 어렵겠지만.

by gold

참고: 중앙일보 2013/05/17, 대학 영어강의 허용 놓고 프랑스는 갑론을박 중, 이상언 특파원, 링크

사진설명: 투봉법 (Toubon Law,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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