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30] 영문법 세대, 영어식 구문에서 탈출하자.

영문법이 영어교육의 대세이던 시절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탓에
회화보다는 문법에 강하다.
우리 세대들의 특징은 영어식 구문에도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영어식 표현인지 한국식 표현인지도 불분명하여
일상생활에서도 그런 표현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그는 그 업무를 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영어 ‘enough to…’의 해석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그는 너무나 까다로워 그 업무를 하기에 적절치 않다.”
역시 영어 ‘too…to…’용법이 떠오르는 구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문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주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cannottoo’ 용법이다.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표현들이다.
이런 표현들이 이제는 한국어 문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몇 가지 사례가 더 있다.
“세종대왕은 내가 최고로 존경하는 위인중의 한 분이다.”
그냥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가 정답이다.
‘위인중의 한 분’은 ‘one of the most’의 영향이다.
관계대명사 제한적 용법의 덫에 걸려
상당히 복잡한 포유문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또 영어에서는 주어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주어를 앞에 등장시키는 습관도 생겼다.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영어처럼 주어가 문장의 앞에 등장하다 보니,
서술어와의 대응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어식 구문에서 탈출하자.

일본식 구문의 흔적도 꽤 있다.
일본말에서는 이중부정이 자주 등장한다.
그 탓인지 모르지만, 이중 부정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강조법의 하나이지만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가능하면 최소화하자.

 

윤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