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채홍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지금 다시 봐도 좋군요! – The New Yorker가 가끔 보여주는 지난 표지

1. 자랑스러운 옛날 표지
얼마 전부터 The New Yorker 페이스북 소식을 받아보고 있다. 흥미롭게도 뉴요커는 시의적절한 순간을 골라 가끔 옛날 표지를 꺼내 보여 주곤 한다. 뉴요커가 수시로 꺼내 보여줄 수 있는 멋진 표지는 무궁무진하다는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20년대, 60년대 것도 보여주며 향수를 자극한다. 그 옛날부터 수준 높은 일러스트로 표지를 꽉 채우는 디자인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옛날 표지도 완성도가 높다. 제호 디자인도 지금과 거의 같다. 현재의 제호 글자체는 미세하게 굵기와 각도를 조정해서 현대적 느낌을 살리고 있다.

christophniemann

2. 수영복을 입은 채 고요하게
지난 7일에 뉴요커는 여름 시즌에 맞춰 크리스토프 니만(Christoph Niemann)이 그림을 그린 2010년 8월 9일 자 표지를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다소곳이 앉아 수영장 풀에 스마트폰을 ‘퐁’하고 빠뜨리는 장면이다. 동심원을 그리며 스마트폰이 이제 막 가라앉고 있다. 여자는 처음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던 손을 그대로 든 채 물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풀장 주위에 아무런 소품도, 사람의 흔적도 없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정지한 고요한 가운데 ‘퐁’하는 물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물이 잘게 흔들리는 게 보인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누구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3. 서늘한 풍경
크리스토프 니만은 뉴요커 표지에 멋진 그림을 많이 그렸다. 와이어드에도 삽화를 그리고 있고, 뉴욕타임스에는 ‘Abstract City’라는 제목의 인기 칼럼도 쓰고 있다. ‘Abstract City’는 다양한 표현을 써서 일상의 소소한 얘기를 재미나게 보여준다. 니만이 그린 것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와이어드에 실린(2010년 10월호) 삽화 하나를 더 소개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스마트폰 중독을 다룬 기사인 듯하다. 동물을 의인화시켜 스토리를 잘 이해하게 했다. 아이에게 위험이 닥친 줄도 모르고 엄마는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다. 딱히 즐거운 표정도 아니다. 그저 습관처럼 무표정하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남극(?)을 배경으로 범고래의 날카로운 이빨과 새빨간 입속이 서늘하다. 아이들 스마트폰 중독만 탓할 게 아니다. 얼마 전 주말, 공원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둘째 아이 친구를 만났다. 엄마와 함께 왔다고 했는데 혼자 놀고 있었다. 같이 어울려 두 시간 가까이 놀다가 헤어졌다. 공원을 내려오다가 벤치에 혼자 앉아 두 시간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 아이 엄마를 보았다. 서늘한 풍경이었다.

서채홍

사진 출처: The New Yorker, www.christophniema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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