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를 마치며

2014년9월15일부터 시작된 ‘기록’의 저자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글쓰기 노트 두번째 시즌이 마무리되었습니다.

Acase를 통해 지난 6월23일까지 46회에 걸쳐 연재된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두번째 시즌이었던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역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서른 꼭지의 글을 완성해서 함께 보내주신 윤태영 작가에게 감사드리며, 항상 Acase와 함께 해주시는 분들에게도 깊은 우정을 전합니다.

 

더불어 그간 연재되었던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를 모아보았습니다.

찬찬히 목록을 보시면서 마음이 가는 꼭지부터 다시 시작해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1. 감성이 담긴 글을 쓰자.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하자.

http://acase.co.kr/2014/09/15/deepwriting01/

 

2. 시작이 중요하다. 첫 문장으로 독자를 긴장시키자.

http://acase.co.kr/2014/09/16/deepwriting02/

 

3. ‘눈물’이란 표현이 독자를 슬프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http://acase.co.kr/2014/09/17/deepwriting03/

 

4. 하나의 장면을 한 꼭지의 글로 만드는 연습을 하자.

http://acase.co.kr/2014/09/18/deepwriting04/

 

5. 캐릭터를 당당하게 드러내자. 단점도 강점으로 승화된다.

http://acase.co.kr/2014/09/19/deepwriting05/

 

6. 하찮은 것까지도 기록하자. 입체적인 글을 만들 수 있다.

http://acase.co.kr/2014/09/22/deepwriting06/

 

7. 기승전결,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구성으로 커버하자.

http://acase.co.kr/2014/09/23/deepwriting07/

 

8. 시간순 서술은 대체로 진부한 느낌을 준다. 구성에 변화를 주자.

http://acase.co.kr/2014/09/24/deepwriting08/

 

9. 핵심을 묘사하는 데 집중하자. 의미 없는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자.

http://acase.co.kr/2014/09/25/deepwriting09/

 

10. 만담이 아닌 대화를 살리자. 핵심 메시지를 담아보자

http://acase.co.kr/2014/09/26/deepwriting10/.

 

11. 솔직하게 쓴다. 의도적 과장은 역효과를 낸다.

http://acase.co.kr/2014/09/29/deepwriting11/

 

12.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자.

http://acase.co.kr/2014/09/30/deepwriting12/

 

13. 까다로운 마무리, 여운을 남기는 방법도 좋다.

http://acase.co.kr/2014/10/01/deepwriting13/

 

14. 모든 것을 설명하지 말자. 욕심이 글을 지루하게 만든다.

http://acase.co.kr/2014/10/02/deepwriting14/

 

15. 이야기를 풀어가는 한마디를 생각하자. 키워드를 만들자.

http://acase.co.kr/2014/10/06/deepwriting15/

 

16. 메시지를 강요하지 말자. 담담한 묘사로도 전달이 가능하다.

http://acase.co.kr/2014/10/07/deepwriting16/

 

17. 쉽게 쓰자. 글은 생각을 다수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http://acase.co.kr/2014/10/08/deepwriting17/

 

18. 명문에 집착하지 말라. 쓰다보면 명문이 나온다.

http://acase.co.kr/2014/10/10/deepwriting18/

 

19. 한 편의 글에서는 한 가지 메시지만을 전달하자. 욕심내지 말자.

http://acase.co.kr/2014/10/13/deepwriting19/

 

20. 인물의 생생한 워딩은 최대한 살리자. 현실감이 풍부해진다.

http://acase.co.kr/2014/10/14/deepwriting20/

 

21. 사물의 양면성을 잘 관찰하자. 글 쓸 재료가 풍부해진다.

http://acase.co.kr/2014/10/15/deepwriting21/

 

22.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대충 쓰지 말자. 최대한 정확한 팩트를 찾자.

http://acase.co.kr/2014/10/16/deepwriting22/

 

23. 결말이 알려진 이야기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http://acase.co.kr/2014/10/17/deepwriting23/

 

24. 반문(反問)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자. 독자를 깨어있게 하자.

http://acase.co.kr/2014/10/20/deepwriting24/

 

25. Fade-in & Fade-out, 새로운 단락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자.

http://acase.co.kr/2014/10/21/deepwriting25/

 

26. 가정과 전제를 남발하지 말자, 주장이 불투명해진다.

http://acase.co.kr/2014/10/22/deepwriting26/

 

27. 글에도 양념이 필요하다.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라.

http://acase.co.kr/2014/10/23/deepwriting27/

 

28. 주장글에서는 예화를 적극 활용하자. 인물에 관한 글은 예외다.

http://acase.co.kr/2014/10/24/deepwriting28/

 

29. 얼마나 과감히 삭제하느냐에 따라 글의 품질이 결정된다.

http://acase.co.kr/2014/10/27/deepwriting29/

 

30. 타깃을 분명히 하자. 독자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자.

http://acase.co.kr/2014/10/28/deepwriting30/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23] 결말이 알려진 이야기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얼마 전 영화 ‘명량’이 큰 인기를 얻었다.
역사물은 다른 주제에 비해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론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다는 것,
나중에 노량해전에서 전사한다는 사실도 안다.
결론이 알려져 있는 만큼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면에서 갈등이나 흥미를 제공할 요소를 찾아야 한다.
과거의 인물을 다룬 역사소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인물의 후일담을 잘 알고 있다.
스토리만 갖고는 긴장감을 줄 수 없다.
창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 반대의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들을 새삼스레 길게 묘사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이야기가 특별히 없다면
최대한 압축해서 전달하는 게 좋다.
다음은 <기록>의 마지막 꼭지, 마지막 대목이다.
대통령이 사저를 떠나는 모습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으로 압축하여 묘사했다.

그날 보석으로 풀려날 것으로 기대했던 강금원 회장은 끝내 풀려나지 못했다. 보석심리는 최종결정이 다시 연기되었다. 시간은 운명의 주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그는 사저를 찾아온 이웃의 친구인 이재우와 술 한 잔을 나누었다. 그는 힘겨움을 토로했다. 자신에게 들이닥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적 고통에서 비롯된 힘겨움이 아니었다.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헤아리는 데서 비롯된 힘겨움이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지금과 같은 고통이 들이닥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모든 불행의 시작은 자신에게 있었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원죄의 굴레 속에 가두어두고 있었다. 낮에 담배를 얻어 피울 요량으로 들렀던 비서실에서 한참동안 비서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의 마음도 그러한 생각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그의 귀향을 계기로 서울에서 봉하마을로 주거를 옮긴 비서진들이었다. 그리고 5월 23일 토요일 새벽.

침실과 붙어있는 내실 공간의 북쪽 한 귀퉁이에 자리한 컴퓨터에서 그는 글을 남기고 있었다. 창 바깥의 마당에는 홍매화의 잎이 어느 새 무성해져 있었지만 이 봄은 그에게 그것을 쳐다볼 겨를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길 글을 바탕화면에 저장한 그는 내실을 나섰다. 문이 유난스레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는 경호팀에 인터폰을 했다.

검찰에 출두하던 날 이후 오랜만에 나서보는 대문이었다.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호관이 꾸벅 인사를 했다. 그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담장 아래를 따라 듬성듬성 잡초가 자라나 있었다. 그는 잠시 웅크리고 앉아 풀을 뽑았다. 농부가 되어버린 노무현의 본능이었을까? 아니면 마지막 떠나는 길에 불현듯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을까? 다시 일어선 그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나라가 그의 발걸음을 지켜보며 슬픈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윤태영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08] 시간순 서술은 대체로 진부한 느낌을 준다. 구성에 변화를 주자.

 

영화 ‘박하사탕’은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배우 설경구가 ‘나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선한 구성이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주었다.
기억상실증 환자의 이야기를 그린 외화 ‘메멘토’도 그렇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글쓰기의 경우는 어떨까?
사람들은 대체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서술한다.
말 그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이다.
역동적인 이야기일 때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줄거리에 큰 기복이 없거나
흐름에 긴장감이 떨어질 경우엔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이야기가 생동감을 잃을 수도 있다.독자들이 지루해하면서 피로감을 느낄 우려가 있다.
원고지 20매가 넘어가는 길이의 글이라면,
현실과 과거의 경계를 오가면서 서술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자.
다음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병원은 북새통이었다. 눈물을 쏟으며 모여드는 낯익은 얼굴들. 그들이 나처럼 그 분의 떠남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엔 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그리고 몰려드는 여야 정치인들. 취임 인사조차 없었던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도 왔다. 부둥켜안고 함께 울고 싶은 사람들과, 뒤섞인 의례적인 조문들.
단 몇 분이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누군가 차를 한잔 갖다 줬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찻잔에서 문득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를 처음 만나, 차 한 잔 앞에 놓고 얘기를 나누던 바로 그 날, 우리는 눈부시게 젊었다.

(첫만남)
1982년 8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서 판사를 지망했다. 연수원 성적이 차석이어서, 수료식에서 법무부장관상을 받았다.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많지 않던 때여서, 연수원을 마치면 희망자 전원이 판사나 검사로 임용됐다.
그래서 판사에 임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대학 시절 시위주도 때문에 구속된 전력이 있긴 했다. 그것은 유신반대 시위였고, 시대가 바뀌어 이미 유신은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기였다. 유신반대 시위전력이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결격 사유가 돼, 임용이 안 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았다.
(문재인의 <운명>에서 인용)

윤태영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06] 하찮은 것까지도 기록하자. 입체적인 글을 만들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상황을 기록해야 할 때가 있다.
특별한 장면을 글로 재현하기 위해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주제를 이루는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
핵심이 밀도 있게 서술되어야 제대로 된 글이기 때문이다.
다만 큰 흐름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주변 정황도 빠짐없이 기록하는 게 좋다.
날씨의 변화는 물론, 먹는 음식과 음료로부터
주인공의 작은 인상과 손동작까지 적어놓을 필요가 있다.
비오는 날은 특이해서 기록을 해놓을 수도 있지만
맑은 날은 맑다고 그냥 무시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기록하는 순간에는 이 모든 게 하찮아 보일 수도 있다.
‘꼭 이런 것까지 기록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게 글 쓰는 데 무슨 소용이 될까?’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겠지만
나중에는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주변의 작은 소품들이 글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나중에 글을 쓸 때를 생각해 보자.
‘하늘은 파랗고 날은 화창했다. 감색 양복을 차려입은 대통령이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어섰다. 상은 조촐했다. 미역국에 고등어구이였다. 눈이 부신 듯 그는 오른손을 이마에 올려 얼굴에 그늘을 만들었다. 식탁에 앉자 총리가 이야기를 꺼냈다.’
단순히 ‘이날 아침 대통령은 총리와 식탁에 마주앉았다.’고 서술하는 것보다
훨씬 입체감이 있고 사실적으로 보인다.
다음은 날씨를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쓴 글의 일부이다.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이튿날인 12월 20일의 아침,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지난밤 약간의 눈이 내렸지만 아침에는 그 대부분이 녹아내렸다. 청와대 녹지원 근처에는 곧 사라지게 될 참여정부의 흔적처럼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었다. 예상은 한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표차가 컸다. (<기록> 24. 퇴임에서 인용)

윤태영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02] 시작이 중요하다. 첫 문장으로 독자를 긴장시키자.

“학생 여러분, 대통령은 나입니다.”
7월 16일 오전, 포항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물리올림피아드.
축사를 하던 대통령이 갑자기 뜻밖의 말을 꺼냈다. 터무니없어서 뜻밖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해서 뜻밖인 이야기였다. 사람들의 어리둥절함에는 아랑곳없이 대통령은 여전히 뜻밖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편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국정일기, <파격과 변화로 혁신 또 혁신>, 2004년 7월 19일)

대통령의 캐릭터를 묘사하려는 글의 시작이다.
다른 방식으로 시작했다면 어떤 느낌을 주었을까?
예를 들어 다음을 보자.

7월 16일 오전, 포항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물리올림피아드.
축사를 하던 대통령이 갑자기 뜻밖의 말을 꺼냈다.
“학생 여러분, 대통령은 나입니다.”

위의 글에 비해 긴장감이 덜하다.
시작은 역시 중요하다.
‘어, 이거 무슨 말이지?’
첫 문장만 읽고 글을 덮는 독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두세 줄까지 읽게 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한 단락을 다 읽게 하면 99%의 성공이다.
여기까지 오면 글을 읽는 관성도 생기고 가속도도 붙는다.
첫 문장의 역할이다.
공감이 가는 시작도 좋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면 더욱 좋다.
글쓰기도 결국은 경쟁의 세계이다.
독자의 시선이 자신의 글에 오래 머물도록 해야 한다.
끊임없이 독자를 긴장시킬 필요가 있다.

윤태영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 01] 감성이 담긴 글을 쓰자.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하자.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장인의 좌익 경력 시비에 대해
당시 노무현 후보가 한 말이다.
어려운 상황을 정리하는 한 마디가 되었다.
이 말은 논리적인 말일까? 감성적인 말일까?
후보는 매우 논리적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청중에게는 ‘감성’ 코드로 받아들여졌다.

시나 수필은 감성으로 충만하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감정에 몰입된다.
반면 ‘다큐멘터리’나 ‘기록’은 건조하고 딱딱한 편이다.
논리성을 추구하는 글은 더욱 그렇다.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글에 서정성과 감성을 담을 필요가 있다.
사람을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데는
논리도 필요하고 감성도 필요하다.
글이란 세상과 사람을 묘사하는 것이다.
세상과 사람은 건조한 논리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어떤 풍광이나 사건을 묘사할 때에도
가급적 감성을 담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서정성이 담긴 묘사가 독자의 마음을 열게 하기도 한다.
설득력도 높이고 독자의 저변도 넓힐 수 있다.
때로는 부담스런 메시지도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다.
다음은 글의 서두에 서정성을 담은 사례의 하나다.

2009년 5월 19일. 화요일의 늦은 오후.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역사 안에서도 봄은 떠나고 있었다. 초여름의 길목, 사람들은 저마다의 행선지를 찾아가고 있었다. 부지런한 걸음으로 떠나는 이도 있었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이도 있었다. 봉하에서 돌아온 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네 시간 전 진영읍내에서 봉하 사저의 비서들과 식사를 함께 한 나는 곧바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오마이뉴스 기고문 <이제 당신을 내려놓습니다.>에서 인용)

윤태영

윤태영의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를 시작하며

2014년9월15일
‘기록’의 저자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글쓰기 노트 두번째 시즌이 시작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길입니다.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길입니다.

ACASE를 통해 지난 6월23일까지 46회에 걸쳐 연재된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의 추가 요청이있었고, 저희도 다시 부탁을 드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윤태영 전 대변인께서 책 쓰기와 전국을 도는 강의 등 바쁜 일정 중에도 다시 서른 꼭지의 글을 전부 보내주셨습니다.

‘글쓰기 심화를 위한 노트’라는 주제가 붙은 글들입니다.
심화 과정을 통해 글쓰기의 더 멋진 세계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번째 글쓰기 때 소개한 글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http://acase.co.kr/2014/04/08/iwrite/)

서른 꼭지의 글을 완성해서 함께 보내주신 윤태영 작가에게 감사드리며, 항상 Acase와 함께 해주시는 분들에게도 깊은 우정을 전합니다.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46] 연재를 마치며…나의 글쓰기, 구상에서 완성까지

 

작은 집은 작은 집대로 큰 집은 큰 집대로 짓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다만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은 역시 하나일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쓰는 일은 한 채의 집을 짓는 일과 같다.
먼저 설계하고 기초를 놓는다.
다음에는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다.
마지막으로 내장공사를 하고 조경을 한다.
글짓기의 과정도 집짓기의 과정과 다를 바가 없다.
집을 짓는 목수는 무작정 땅부터 파지 않는다.
전체의 그림을 그리고 설계를 마친 후에 그에 맞추어 땅을 파고 기초를 놓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백지나 빈 화면을 앞에 두고 처음부터 완성된 문장을 써나가려 애쓸 필요는 없다.
여기에 나의 글쓰기, 구상에서 완성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1) 준비과정 – 설계하고 기초를 놓는다.

– 글쓰기 과제가 주어지면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 몇 개의 키워드, 주장할 문구, 또는 대강의 얼개가 잡히면 파일을 만든다.
– 생각날 때마다 주제에 대한 생각, 관련하여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파일에 입력한다.
– 재료가 부족하다 싶으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완한다.
– 이야기를 풀어나갈 순서를 잡고 내용을 그에 맞추어 배열한다.
– 일종의 가선을 그린다. 각 꼭지 또는 항목을 가상으로 정한다.
– 각 항목의 분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맞춘다. 항목의 분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지는 않은지 점검한다.

2) 집필과정 –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다.

– 활용할 인용구나 예화를 찾아서 입력한다.
– 핵심 메시지를 어디에 배치할지 정한다. 시작 또는 끝 부분에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수시로 반복할 것인가?
– 어떤 방식으로 서두를 쓸지 정한다. 긴장 또는 호기심을 유발할 것인가? 대화체나 익숙한 이야기로 친숙하게 접근할 것인가?
– 문장의 세밀한 완성보다는 전체의 흐름을 완성하는 데 주력한다.
– 단문과 장문을 조화롭게 활용하면서 전체의 글을 일단 완성한다.
– 긴 글의 경우 잠시 글과 떨어지는 시간을 갖는다.

3) 수정과 최종완성과정 – 내장공사를 하고 조경을 한다.

–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으며 완성한다.
– 최대한 압축한다. 빼도 좋은 낱말은 빼고 자주 반복되는 낱말은 생략한다.
– 글의 흐름에 따라 리듬감을 준다. 단문과 장문을 적절히 활용한다.
– 접속사를 최대한 최소화한다.
– 핵심메시지가 분명한지, 잘못된 인용은 없는지 확인한다.
– 맞춤법을 확인하고 제목을 짓는다. 마땅하지 않으면 본문 속에서 제목을 찾는다.
– 가급적 가까운 사람 또는 동료에게 회람하여 의견을 구한다.
*
‘나는 이렇게 쓴다-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의 연재를 마칩니다.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글을 관심과 애정으로 보아주신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쓰기에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새로운 글쓰기노트, 또는 또다른 주제를 놓고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10] 글에게 생명을 주자. 생명의 리듬을 주자.

사람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증명은 호흡과 심장 박동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이 살아 있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단순히 나열되기만 한 글에 어떻게 하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숨을 불어넣고 심장의 박동을 주어야 한다.
결론은 리듬을 주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하자.

‘그 글은 밋밋하게 쓰였는데, 읽는 사람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던지 몇 줄 읽다가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문장을 읽는 데도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든다.
글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리듬감을 한번 넣어보자.

‘글은 밋밋했다. 재미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줄 읽다가 말았다.’

말하자면 3.3.7 박자 같은 것이다.
문장을 두 번은 짧게 한 번은 길게 가는 것이다.
리듬을 가지면서 문장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꼭 3.3.7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리듬이면 된다. 그 리듬을 타보자.
1.2.3.4도 있을 수 있다.

‘밋밋했다. 재미없는 글이었다. 몇 줄 읽어보다가 말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시작은 가급적 짧은 글로 하자.
시작부터 긴 호흡으로 가면 숨이 가쁘다.
2.3.4.2도 가능할 것이다.

‘글은 밋밋했다. 재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몇 줄 읽다가 말았다. 대부분 그랬다.’
각자가 좋아하는 리듬에 맞춰 문장을 재구성해보자.

 

윤태영

 

[윤태영의 ‘나는 이렇게 쓴다’-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노트 9] 글과 그림은 통한다. 글에도 가선을 그어보자.

인물 스케치를 할 때 여러 가지 가선을 활용하게 된다.
사람 얼굴을 묘사하는 경우,
머리 한가운데에서 코를 통과하는 중심선을 세로로 그린다.
이 중심선 위에 눈, , 입이 위치할 곳에 각각 가로로 보조선을 그린다.
일종의 기준이 되는 선이다.
이 가선에 따라 눈, , , 머리카락 등을 그려 넣으면 한결 수월하다.
스케치가 완성되면 중심선이나 보조선을 지우개로 지운다.
글을 쓰는 것도 스케치와 마찬가지다.
전체 글을 관통하는 큰 흐름을 먼저 생각한다.
일종의 중심선이다.
여기에 각각의 내용을 담을 항목을 미리 정한다.
말하자면 머리카락, , , 입이 들어갈 위치를 정해두는 것이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연설문을 쓴다고 가정하자.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은 출마의 이유일 것이다.
선거 후반이 되면 공약이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이것이 얼굴로 치면 세로 중심선에 해당될 것이다.
이제 각 내용을 담을 항목을 구분해 놓는다.
1) 인사, 2) 자기소개, 3) 출마 이유, 4) 자신의 강점, 5) 지역공약, 6) 지지호소
대체로 위와 같이 될 것이다.
이렇게 구분해놓으면 내용이 뒤죽박죽 섞일 염려가 없다.
한 항목에 지나치게 많은 내용이 담기고,
다른 항목엔 내용이 부족해질 염려도 없다.
눈과 입의 크기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없어지는 것이다.
연설문이 다 완성되면
보조선을 지워 그림을 완성하듯이 항목 표시를 지워버리면 된다.
때로는 연설자의 시간 배분을 위해서 남겨둘 수도 있다.

윤태영